
한화오션이 8년 전 태국 해군에 인도한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을 둘러싼 논란이 또 불거졌다. 엔진 손상 논란이 태국 해군의 해명으로 가라앉은 지 일주일 만에, 이번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결함과 보증금 처리 문제를 놓고 현지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약 170억 바트(약 7400억원) 규모 차기 호위함 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점이다.
27일 태국 탐사보도 매체 ‘매니저 온라인’, 방산 전문 매체 ‘타이암드포스’ 등에 따르면 현지 일각에서 푸미폰함에 탑재된 미국산 CIWS ‘팰렁스’가 2018년 인도 직후부터 장기간 정상 운용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팰렁스는 함정에 접근하는 미사일을 최종 단계에서 격추하는 방어 무기다.
보증금 635억원 왜 안 썼나

의혹 제기 측의 논리는 이렇다. 장비 제작사는 미국 레이시온이지만, 완성 함정을 납품한 주계약자는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이므로 하자 처리와 보증 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태국 해군이 계약에 설정된 15억 바트(약 635억원) 규모 계약이행보증금을 행사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는다. 보증기간 내 하자가 생겼는데도 역대 해군 지휘부가 해외 업체와의 법적 분쟁 부담 등을 이유로 후임자에게 떠넘겨 왔다는 주장이다.
태국 해군 “초기엔 정상, 레이시온이 수리 중”

이런 주장은 태국 해군의 설명과 배치된다. 빠랏 라따나차이판 태국 해군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팰렁스가 인도 이후 초기에는 정상 운용됐으며, 무상 하자보증 만료 직전 결함이 확인돼 정식 클레임을 제기했고 현재 원 제작사인 레이시온에 장비를 보내 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쟁점은 팰렁스 결함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이 한화오션에 어디까지 귀속되느냐다. 한화오션이 팰렁스를 만든 건 아니지만 무기·센서를 탑재·통합해 완성 함정을 공급한 주계약자인 만큼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부분 책임을 요구받을 여지는 있다. 다만 장비 자체 결함과 함정 통합 과정의 문제를 구분하지 않은 채 한화오션 귀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엔진 논란 벗자마자 또

푸미폰함은 앞서 독일 MTU 디젤 엔진 2기가 동시에 손상되며 설계 결함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태국 해군은 지난 19일 함정 설계가 한국선급(KR) 인증을 받아 국제 표준을 충족한 만큼 한화오션의 설계 결함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 고비를 넘기자마자 다른 논란이 튀어나온 셈이다.

한화오션은 푸미폰함을 발전시킨 4000t급 ‘OCEAN-40F’로 차기 호위함 사업에 참여 중이며, 현지 보도에 따르면 1차 자격·기술 심사를 유일하게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해군은 제안서 심사를 마치고 국방부 승인과 내각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현지 정치권에서 오프셋(반대급부) 특혜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이번 하자 공방이 최종 승인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