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KB국민은행이 서울 등 규제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줄이면서 첫날부터 시장이 술렁였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랑·노원·금천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반토막 난 대출 한도

기존에는 규제지역이라도 소득과 담보가치에 따라 훨씬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한도가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이미 2억원 규제가 적용돼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았다.
반면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외곽 지역은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KB의 조치 이후 수요가 넘어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도 축소가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총량 80% 소진의 배경

이런 초강수가 나온 배경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있다. 12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5월 들어 폭증하며 올해 총량 목표치의 약 80%가 이미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월 말 대비 4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거래량이 늘고 이른바 ‘빚투’ 수요까지 겹치면서 대출 증가 속도가 정부 예상을 웃돈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자율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실수요자의 이중고

문제는 대출 한도만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최근 한 달 새 0.4%포인트 올랐고, 은행권의 우대금리 축소까지 겹치며 실제 체감 금리 부담은 더 커졌다.
대출 한도는 줄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 이중고 속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결혼이나 이사를 앞둔 가구일수록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하반기 남은 변수
정부는 이달 하순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를 열어 세제 개편 방향에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내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이 동시에 맞물리는 이달 말이 시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