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이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보고한 뒤, 온라인에서는 이 소식을 불안하게 받아들이는 반응이 적지 않다. 북한이 권력을 물려주는 시기마다 한국을 겨냥한 대형 도발이 잇따랐다는 기억 때문이다.
세습기마다 반복된 ‘피의 공식’

김정일은 1974년 당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뒤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공식화됐다. 이 사이인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터져 미군 장교 2명이 숨졌다. 후계 공식화 직후인 1983년에는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우리 각료 등 17명이 희생됐고, 1987년 KAL 858기 폭파로 115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정은의 후계 구축기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2009년 이듬해인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으로 장병 46명이, 11월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
통일연구원 연구에서도 김정은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통해 자신의 군사적 자질을 과시하며 입지를 다졌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후계자가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발이 동원된다는 해석이다.
이번엔 드론이 될까

공식이 반복된다면 수단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8500명 가운데 숙련된 드론 조종사가 400명에 이른다고 CNN에 밝혔고,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지난해 러시아가 자폭드론 ‘게란’ 생산 능력을 북한에 구축해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8월 무인기연구소를 찾은 데 이어 11월 자폭드론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상공까지 내려왔던 일은 아직 생생하다. 당시 한 미국 전문가는 북한이 미사일보다 덜 도발적이면서도 역량을 과시할 수단으로 무인기를 골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도 이를 의식해 내년 국방예산에서 드론 위협 대응 다층 방어체계 강화와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력의 조기 전력화를 주요 항목으로 올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반론

다만 ‘승계=도발’을 공식처럼 단정하는 데는 이견이 있다. 사건 시점이 후계 구도와 겹치기는 하지만 당시 남북·미북 관계와 내부 사정이 제각각이라 승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40대 초반이어서 후계 절차를 서두를 이유가 없고, 여성 후계자가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받아들여질지조차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이번 보고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며 대화 징후를 언급했고, 추가 파병 가능성도 “대화 국면에서 현저히 낮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판을 뒤엎을 대형 도발은 북한에도 부담이라는 얘기다. 과거의 공식이 되풀이될지, 아니면 대화 국면이 이를 눌러둘지는 결국 김주애의 ‘후계 수업’이 어떤 무대에서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