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1년 넘게 지켜온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줄 위기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격차는 약 2000억달러, 원화로 약 280조원까지 좁혀졌다.
현재 시가총액은 애플이 약 4조5600억달러, 엔비디아가 약 4조7800억달러 수준이다. 두 회사 격차가 지난해 8월 4일 엔비디아가 애플을 최대 1조3700억달러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올해 주가 성적표, 극과 극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6%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애플 주가는 같은 기간 15% 상승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알파벳 주가도 올해 18% 올라 애플과 함께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미국 초대형 기술주 7개 가운데 나란히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상승률이 S&P500 지수 상승률 9%를 웃돈 유일한 매그니피센트7 종목이기도 하다.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온 밸류에이션

엔비디아의 2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63배로, 이 지표가 15.5배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식에 매기는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조정됐다는 의미다.
마이크 레이놀즈 글렌메드 투자전략 부사장은 “2026년은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너머의 AI 투자 기회를 찾는 흐름으로 정의되고 있다”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이 되면 자신의 해자를 허물려는 투자자들의 표적이 된다”며 “지금 이런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독점 구도의 균열

알파벳과 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이미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선 상태다. 애플도 최근 브로드컴과 맞춤형 반도체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자체 반도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중심의 독점적 구도가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애플의 경우 자체 인공지능 기능 일부를 구글의 제미나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며,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점도 눈길을 끈다.

레이놀즈 부사장은 애플의 올해 강세가 AI 산업 내 공급 측과 수요 측 사이의 역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뿐 아니라, AI 기능을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기업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3위로 밀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시점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약 4조4300억달러로 애플과 엔비디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밑돌며 이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태다.
이는 투자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경쟁력과 대규모 투자 성과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공급 기업뿐 아니라, AI 기능을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얼마나 잘 녹여내는지가 향후 시가총액 순위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여전히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 자체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