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내서 주식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의 계좌가 무더기로 강제 청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1422억 원으로, 전날(288억 원)의 5배 가까이로 불어나며 이달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10.2%까지 치솟았다. 두 자릿수 비중은 급락장이 덮쳤던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 만이다.
하루 1400억씩 강제 청산되는 빚투 계좌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가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담보 가치가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주가를 누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아쇠는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코스피는 지난 6일 8051.33으로 8000선을 넘겼지만 7일 5.44%, 8일 5.99% 연달아 급락했고, 13일에는 하루 만에 8.95% 폭락하며 6806.93까지 주저앉았다. 이달 1~9일 누적 반대매매만 3442억 원에 달한다.
예탁금 28조 증발, 관망으로 돌아선 개미

투자심리 위축은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4일 기준 111조2824억 원으로, 지난달 4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139조6947억 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8조 원 넘게 줄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14일 34조7077억 원으로 고점이던 38조 원대에서 3조 원 이상 감소했다. 다만 이 감소분의 상당 부분이 자발적 상환이 아닌 강제 청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안은 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주요 증권사 리스크관리책임자들을 소집해 신용융자·미수거래 리스크 관리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주문한 상태다.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라는 추가 변수

여기에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부담이 하나 더 얹어졌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까지 오르는 등 고물가가 배경이 됐다.
금리가 오르면 신용융자 이자 부담이 커져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보수적 기조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AI 반도체 업종에 대한 장기 기대가 살아 있어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과 빚투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