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한 번 없이 1600회 넘는 시험비행 끝에 개발을 마친 국산 전투기 KF-21에 이어, 한국이 그다음 단계인 6세대 전투기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입찰공고를 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광대역 스텔스,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전투기의 운용개념과 요구성능을 정립하고 최적의 형상을 도출하는 연구다. 약 14개월간 진행돼 2028년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며,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 경험을 가진 KAI와 무인기 기술을 앞세운 대한항공의 수주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꼬리날개가 사라진다

연구 제안서에 담긴 기술들은 KF-21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전방위 저피탐 기술이다. 정면의 레이더 반사만 줄이는 기존 스텔스와 달리 측면·후방까지 모든 각도에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하고, 적외선·음향·전자파 방출까지 낮춘다. 이를 위해 미국의 6세대 전투기 F-47처럼 수직꼬리날개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무미익’ 설계가 상정됐다. 꼬리날개가 없으면 비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정교한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로 보완하는 방안 제시도 요구됐다.

비행 상황에 따라 엔진 작동 방식을 실시간으로 바꿔 장거리 항속과 고기동성을 겸비하게 하는 고효율 가변사이클 엔진도 포함됐다. 현재 미국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실현되면 교전 후 이탈할 때 적 레이더에 포착되기 쉬웠던 5세대기의 약점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변국은 이미 달리고 있다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수직꼬리날개를 없앤 6세대 전투기 J-36이 2024년 첫 시험비행을 했고, 기술실증기로 전해지는 J-50도 개발 중이다.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203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GCAP)을 진행하고 있다.

2030년대부터 한반도 주변에 5·6세대 전투기가 잇따라 깔리는데, 한국은 5세대 F-35A와 4.5세대 KF-21이 주력인 구조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연구에 깔려 있다.
남은 과제는 ‘시간’

다만 갈 길은 멀다. 개념연구 이후 소요 결정과 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해,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도 2040년대 중·후반에야 한국형 6세대 전투기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기술 확보가 늦어지면 2050년대로 밀릴 우려도 있다. 그 무렵이면 주변국 기체들이 이미 운용 경험을 쌓고 수출 시장까지 선점했을 시점이다. KF-21의 성공을 이어가려면 지금부터 사업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