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으로 간다. 최 회장 측이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인 14일 밤,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장을 냈다. 2017년 시작된 이혼 소송은 이로써 9년을 넘기게 됐다.
자정 직전 나온 “고심 끝” 입장문

최 회장 대리인단은 이날 밤 11시 59분 입장문을 내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자세로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마감 시한까지 버틴 제출 시점과 ‘고심’이라는 표현을 두고, 재계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유 하나, 결렬된 ‘지급 방식’ 협상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재상고 없이 9440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판결 후 약 3주 만에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이다. 보유한 SK㈜ 지분 매각이 거론됐지만 대주주의 대량 매각이 주가에 미칠 충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되 주가가 내리면 차액을 보전하고 오르면 수익을 노 관장 측에 주는 조건까지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며 협의가 무산됐다고 전해진다. 판결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연 5%, 하루 약 1억 3000만 원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했는데, 재상고로 확정이 미뤄지며 이자 부담은 일단 멈췄다.
이유 둘, “9440억 산정 자체를 다투겠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협상 결렬만으로 재상고를 설명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을 노 관장의 기여에서 제외하라고 했는데도, 파기환송심이 분할 비율을 35%에서 33.33%로 소폭만 낮춘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뒤인 2017년 취득한 SK실트론 지분 29.4%에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를 따른 만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자금 마련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년을 끌어온 소송의 마지막 라운드가 어떻게 끝날지, 재계와 법조계의 시선이 다시 대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