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서해를 조용히 잠식하고 있다. 전면전 없이 구조물을 설치하고 민간 어선과 해경을 동원해 사실상 중국의 영해로 만들려는 회색지대 전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같은 행태가 남중국해에서 벌였던 패턴과 똑같다며 한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중국은 이미 2018년부터 한중 잠정조치수역(PMG)에 협의 없이 무단으로 부표 13개와 양식장, 관리 플랫폼을 설치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철거 요구는 전부 무시당했다.
한국 조사선 가로막는 중국 해경, 말 그대로 ‘내해’ 취급

중국 해경은 한술 더 떴다. PMG 내 한국의 정당한 해양 조사 시도 중 5건 중 1건이 중국 해경에 의해 차단됐다. 조사선에 접근해 위협하고 철수하라고 명령하는 건 기본, 무선을 통해 “여기는 중국 관할 수역”이라 주장한다.
조사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해당 수역이 한국 관할이 아니라는 기정사실화를 쌓는 전략이다. 점점 더 ‘내해화’되고 있는 서해, 한국은 이를 무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다.
한미 공동 안보 사안으로 부상한 서해 문제

미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CSIS는 이 사안을 남중국해 못지않은 중대 안보 사안으로 보고 한미 공동 대응을 공식 촉구했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공개 석상에서 중국에 맞서는 다자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해는 미군의 한반도 진입 주요 루트다. 이곳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유사시 미군의 작전에도 제약이 생긴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해역 분쟁이 아니라 한미 동맹 전체를 위협하는 중대 변수가 되는 셈이다.
협정 무시하며 구조물 계속 설치

중국의 도발은 명백한 한중 어업협정 위반이다. 해당 협정은 모든 구조물 설치 시 상호 협의를 전제한다. 중국은 이 조항 자체를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항행 금지구역까지 선포했다.
한국은 수차례 구조물 이전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CSIS는 이제는 국제적 여론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물의 좌표와 위치를 세계에 공개시켜 언론과 연구자들이 중국의 불법성에 대해 공동 검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10년 뒤 서해는 없다

중국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영토를 잠식하는 전략에 능하다. 남중국해에서 이미 이를 입증했고, 서해는 그 다음 목표다. 한국이 지금도 미국, 일본, 필리핀 등과의 연대를 외면한다면 10년 뒤 서해는 되찾을 수 없는 바다가 된다.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뒷짐 진 채 강대국 사이에서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인가. 골든타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