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수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논평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직접 거론하며 “국내 공정거래법의 3단 제한 규제를 피하려 해외 법인을 통해 지배구조 피라미드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도 드문 ‘5단 피라미드’

거버넌스포럼이 문제 삼은 구조는 최태원 회장에서 SK㈜,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를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5단계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5단 중복상장 사례가 된다는 것이다.
포럼은 “엔비디아나 대만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해외 확장보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존 국내 3단 중복상장 해소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저평가 원인 지목된 지배구조

포럼은 이 같은 구조가 SK하이닉스 주가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JP모건이 SK하이닉스가 향후 3년간 총 811조 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추정할 만큼 이익 체력이 탄탄한데도 기업가치가 눌려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SK㈜, SK이노베이션 등이 솔리다임 모회사에 출자하기로 한 구조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가 키운 회사의 성과를 상장 직전 다른 계열사가 나눠 갖는 셈이어서 SK하이닉스 주주로부터 부의 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론과 남은 변수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솔리다임 상장이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재무 부담을 덜어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주 발행 규모와 구주 매각 여부, 상장 후 지분율과 자금 사용처에 따라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변수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이사회가 먼저 검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예고한 상태다. 상장 방식과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SK 측이 어떤 주주 보호 장치를 내놓을지가 논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