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참호에선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는데 유럽 방산업체 사장들은 샴페인을 터뜨린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폭로한 충격적인 데이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 군산복합체에 사상 최대 매출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산기업들의 주가는 전쟁이 터진 뒤 수직 상승했고, 포탄 한 발 쏠 때마다 장부엔 0이 하나씩 늘어났다. 우크라이나의 폐허와 가자지구의 잔해 위에서 글로벌 군산복합체는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가장 확실한 돈벌이다.
참호에선 죽음, 본사에선 축배

우크라이나 전선에선 매일 수백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는다. 러시아군의 포격이 멈추지 않고, 드론이 하늘을 뒤덮는다. 그런데 이 지옥 같은 전장이 누군가에겐 사업 기회의 천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방산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미국을 넘어섰다.

독일 라인메탈은 포탄 공장을 신규로 짓고 있고, 프랑스 탈레스는 미사일 주문이 밀려들어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주문은 늘어나고, 주문이 늘어날수록 주가는 오른다. 우크라이나가 필사적으로 요청하는 무기들은 공짜가 아니다. 서방 정부가 세금으로 사서 보내주는 구조인데, 결국 그 돈은 방산기업 주머니로 들어간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피는 유럽 방산업계의 배당금으로 환산된다.
적대 관계가 서로를 먹여 살린다

아이러니는 러시아와 서방 군산복합체가 사실상 공생 관계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속에서도 전시경제를 완벽하게 가동하며 폭탄과 미사일 생산량을 몇 배로 늘렸다. 서방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방산 재가동에 나섰다. 독일은 냉전 이후 방치했던 군수 공장들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고, 프랑스는 신형 무기 개발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양쪽 모두 상대의 위협을 증폭시키며 자국 방산산업을 키운다. 전쟁이 끝나도 이 구조는 멈추지 않는다. 일단 돌아간 방산경제는 평시로 되돌리기 어렵다. 공장은 계속 가동되어야 하고, 무기는 계속 팔려야 한다. 결국 새로운 위협을 찾거나, 기존 위협을 과장하는 식으로 수요를 만들어낸다. 전쟁이 끝나면 군산복합체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평화는 이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동 폐허도 유럽 방산엔 호재

가자지구의 참상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이 쏘아대는 미사일과 폭탄 대부분은 서방제 무기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잔해 속에서 신음하는 동안, 무기 제조사들은 재고 소진을 축하한다. 중동 전쟁은 유럽 방산업계에 두 번째 황금알을 안겼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무기를 대느라 재고가 바닥났는데, 중동에서 추가 수요가 터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 국가들까지 무기 구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방산기업 입장에선 전쟁터가 두 개나 동시에 열린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파괴는 군수 수요를 폭발시켰고, 군수 수요는 다시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전쟁경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보너스가 된다.
한국도 이 게임에 발 담갔다

한국 방산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량 수출하며 사상 최대 방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폴란드가 러시아를 두려워할수록 한국제 무기 주문은 늘어난다. 유럽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한국 방산업체들의 수주 잔고는 쌓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에게도 기회였다. K9 자주포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약하며 성능을 입증하자 유럽 국가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한국은 전쟁 덕분에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크라이나의 고통이 한국 방산의 성장을 도왔다. 도덕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전쟁경제의 냉혹한 현실이다.
평화는 군산복합체의 적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순위표는 단순한 매출 통계가 아니다. 그 안엔 누가 전쟁으로 돈을 버는지, 누가 무기를 만들어 파는지, 그리고 누가 그 무기에 맞아 죽는지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탄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미사일 생산 라인은 증설되고 있다.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이 호황은 계속된다. 아니, 정확히는 호황이 계속되려면 전쟁이 멈춰선 안 된다. 평화는 군산복합체에게 최악의 불황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순간, 유럽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래서 평화 협상이 나올 때마다 어딘가에선 긴장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전쟁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돈벌이고, 가장 잔인한 비즈니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