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10월, 22세의 일본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164만 엔(약 1600만 원)으로 주식 단타를 시작했다. 8년 뒤 방송에 공개된 그의 자산은 약 200억 엔, 우리 돈 2000억 원대였다. 일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으로 불리는 전설의 트레이더 BNF, 본명 고테가와 다카시의 이야기다.
BNF라는 닉네임은 그가 존경한 미국 투자가 빅터 니더호퍼의 이니셜에서 따온 것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매매 기록을 올리던 시절부터 쓰던 이름이다. 수익 액수가 너무 커지자 ‘조작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커뮤니티를 떠났을 정도다.
증권사의 실수, ‘제이컴남’이 탄생한 날

그를 일본 전체에 알린 것은 2005년 12월 8일이었다. 미즈호증권 직원이 제이컴 주식 ’61만 엔에 1주’ 매도 주문을 ‘1엔에 61만 주’로 잘못 입력하는 일본 증시 사상 최악의 오발주가 터진 날이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포착한 그는 순식간에 7100주를 쓸어 담았고, 반등 구간에 되팔아 약 20억 엔(약 2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챙겼다. 모두가 패닉에 빠진 몇 분 사이 시장의 오류를 읽어낸 이 거래로 그는 ‘제이컴남’이라는 별명과 함께 일본 증시의 전설이 됐다.
2000억 자산가의 편의점 도시락

더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일상이다. 방송에 비친 그는 수천억대 자산가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으며, 운전면허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도 호화 생활도 없이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차트만 보는 ‘주식 오타쿠’의 삶이다.
매매 스타일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동평균선과 주가의 괴리율을 업종별로 분석해 과하게 빠진 종목을 짧게 사고파는 스윙 위주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국 주식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에는 도쿄 아키하바라의 상업빌딩을 통째로 사들여 부동산 투자로도 화제를 모았고, 이후 그의 자산은 수백억 엔대에 이른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신화의 이면.. ‘따라 하기’가 위험한 이유

다만 그의 신화를 재현 가능한 성공 공식으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장중 내내 기계처럼 시장을 응시하는 극단적 집중력과 수년간의 훈련, 그리고 제이컴 같은 일생일대의 우연까지 겹친 예외 중의 예외이기 때문이다. 실제 단타 투자자의 절대다수는 손실을 본다는 게 각국 통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그럼에도 164만 엔의 청년이 시장 하나로 인생을 뒤집은 이야기는, 오늘도 차트 앞에 앉은 수많은 개미들에게 신화이자 신기루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