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곤히 자다 깨워져 생활관 복도를 지키던 그 근무가 사라질 길이 열렸다. 국방부는 CCTV 등 대체 확인체계를 갖춘 부대에서 야간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을 지난 21일 행정예고했다. 예고 기간은 다음 달 10일까지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불침번은 저녁점호 직후부터 다음 날 기상까지, 통상 2인 1조로 1~2시간씩 번갈아 서는 야간 당번이다. 출입자 확인과 화재·도난 예방, 취침 인원 이상 유무 확인이 주 임무였다.
CCTV가 대신 서는 불침번.. 무엇이 바뀌나

개정안의 핵심은 지휘관 재량이다. 경계작전용·부대관리용 CCTV와 순찰 등으로 불침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판단으로 불침번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배경은 병영의 현대화다. 불침번의 주목적은 인명사고나 탈영 같은 상황에 즉각 대응하도록 취침 인원을 확인하는 것인데, 생활관 CCTV 설치 등 시설 현대화로 그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실제 일부 부대에서는 당직 병사가 태블릿으로 복도 CCTV 화면을 점검하는 방식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잠을 쪼개 서던 근무가 화면 확인으로 대체되면 병사들의 취침권이 그만큼 보장되는 셈이다.
다 없어지는 건 아니다.. 조건과 한계
다만 전 부대 일괄 폐지는 아니다. CCTV와 순찰 체계가 불침번 역할을 실질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지 부대별로 판단해야 하며, 대체 체계가 부족하거나 임무·경계 여건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금처럼 불침번을 서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으로 불침번 근무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불시점검도 사전 예고제.. 달라지는 병영 문화

이번 개정안에는 병영 문화를 바꿀 다른 내용도 담겼다. 간부나 당직근무자가 생활관을 수시 점검할 때는 장병들에게 미리 알리도록 했다. 예고 없는 점검이 장병의 사생활과 휴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체력단련 시간을 오후 과업에서 분리해 별도 일과로 명시하고, 부대 내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제한 사유에 파면·금고 이상 형 확정·군 명예 실추 등을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다”는 예비역들의 탄식과 “당연한 변화”라는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아들 세대의 군대는 아버지 세대의 기억과 또 한 뼘 멀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