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던 반등이 왔는데, 개인투자자들은 그 자리에서 짐을 쌌다.
31일 코스피는 1001.89포인트(17.91%) 폭등한 6595.45에 마감했다. 1980년 지수 산출 이래 상승률과 상승폭 모두 역대 최대다. 종전 최고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30일의 11.95%였다. SK하이닉스는 29.95% 오른 171만8000원으로 17년 만의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26.81% 급등하며 역대 최대 일간 상승률을 썼다.

그런데 이날 개인은 10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다. 그 물량은 고스란히 외국인이 받았다. 외국인 순매수 역시 8조 원대로 사상 최대였고, 기관도 1조 원 넘게 사들였다.
사흘 폭락엔 사고, 반등엔 팔았다

시점이 뼈아프다. 개인은 이달 초 8400선에서 시작한 지수가 5500선까지 무너지는 동안 하락 구간마다 물량을 받아냈다. 그러다 지수가 하루 만에 1000포인트를 되찾은 이날, 사흘 연속 이어온 매도세를 역대 최대 규모로 마무리했다. 저점 부근에서 사서 반등 초입에 던진 셈이다.
반대편 계산서는 명확하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3조 원대, 삼성전자를 2조 원대 사들여 순매수 1·2위에 올렸다. 개인이 던진 물량을 반도체 투톱 상한가 랠리의 초입에 받아 간 그림이다.
“그래도 못 있겠다”.. 신뢰가 먼저 무너졌다

다만 이날 개인의 매도를 단순한 실수나 차익 실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달 내내 이어진 급등락으로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다시는 국내 증시에 손대지 않겠다거나 미국 주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숫자로 보면 이해가 간다. 7월 코스피의 일평균 등락폭은 4.67%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1.25%)의 3.7배, 알트코인(1.79%)의 2.6배에 달했다. 대표적 위험자산이라는 가상자산보다 코스피가 훨씬 사나웠다는 뜻이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번갈아 터지는 장을 한 달 견딘 투자자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는 조언은 사치에 가까웠다.
습관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증시 관계자는 대형주 쏠림과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거래 급증이 극단적 변동성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개미가 유독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루 10%씩 오르내리는 판이 사람을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이날의 승부만 놓고 보면 판정은 명확하다. 공포에 판 쪽과 공포를 산 쪽의 손익은 하루 만에 갈렸다. 다만 8월에도 같은 결과가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 반도체 기업 실적과 고용지표 등 굵직한 변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 방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