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삼성 대신 중국산 쓰겠다" 애플이 미국 정부에 로비까지 하는 이유

“삼성 대신 중국산 쓰겠다” 애플이 미국 정부에 로비까지 하는 이유

아이폰 속 메모리의 판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탑재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칩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미국 기술기업들과 함께 미 정부를 상대로 CXMT 제품의 사용 범위를 넓혀 달라는 로비까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에서만 D램을 조달해 왔다. 그 애플이 중국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아이폰용 네 번째 공급사’

먼저 선을 그을 부분이 있다. 삼성·하이닉스를 통째로 걷어내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검토 범위는 중국 내수용 기기이며, 업계에서는 애플이 CXMT를 ‘네 번째 D램 공급사’로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본다. 공급망을 넓혀 기존 3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쥐고, 메모리 품귀에 따른 원가 상승 위험을 줄이려는 계산이다.

AI 서버발 메모리 확보 전쟁으로 D램 값이 치솟는 상황도 배경이다. 세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11%를 차지한 CXMT가 2028년이면 15%까지 커진다는 전망(세미애널리시스)이 나올 만큼, 애플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공급처가 됐다.

블랙리스트 기업에 로비까지.. 이례적 행보

문제는 CXMT가 미 국방부의 중국군 지원 관련 기업 목록(1260H)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계약 제한이 골자라 애플의 구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치적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 낸드 업체 YMTC 채택을 검토하다 미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접은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미 정부를 설득하는 로비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메모리 수급이 절박하고 CXMT의 기술이 쓸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애플은 최종 채택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공급 계약도 체결 전이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중국 메모리를 공급망 후보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하이닉스의 안방이 흔들린다

한국에 뼈아픈 대목은 시장의 크기다. 중국은 한때 세계 D램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산이 장악했던 시장인데, CXMT 등 토종 업체들이 이미 두 자릿수 점유율을 파고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애플까지 문을 열어주면 ‘중국 안방’의 균열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엔비디아급 고객의 엄격한 품질 인증과 안정적 양산 실적이 없는 CXMT가 단기간에 판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상장 첫날 700조 몸값을 찍은 중국 D램의 다음 목표가 애플의 부품 명세서라는 점은, 한국 반도체가 마주한 경쟁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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