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실거주’다. 살고 있는 집의 부담은 줄이되, 살지 않는 집과 다주택에는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며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내세웠다.
그러나 좋은 취지를 내건 이 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불명확한 정책 목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대목은 목표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비거주자에게 집을 팔거나 들어가 살라고 압박하는 것인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결국 개정안은 증세가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거주 원칙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학업이나 이직, 파견 때마다 집을 사서 들어가려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매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세무사는 비슷한 가격대 집으로 옮기는 이른바 ‘옆그레이드’조차 두 세금을 모두 내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성동구에 사는 50대 직장인도 “이직, 파견 갈 때마다 세금 물고 집을 사라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월세 매물 증발 우려

임대차 시장에 미칠 충격도 변수다. 비거주 집주인이 세금을 피해 임대 중인 집에 직접 들어가거나 실거주자에게 팔면, 그만큼 전월세 매물이 사라지고 밀려난 세입자가 시장에 쏟아진다. 한 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실거주 재편이 강화될수록 전월세 유통 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 추가 임대차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년 지나면 다시 ‘비거주자’

정부는 전근·장기 치료·부모 봉양 등의 사정이 있으면 최장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면 다시 비거주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집을 두고 몇 년 뒤 돌아올 계획인 지방 근무자에게는 사실상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증세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구 부총리는 “세수 목적도, 징벌적 과세 목적도 아니다”라며 시가 3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은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예외 기준 설계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갈릴 수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이 이번 개편안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