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한화오션 주가는 하루 만에 22.65% 급락한 8만98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5% 넘게 밀리며 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됐고, 원팀으로 뛰었던 HD현대중공업도 5%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방아쇠는 캐나다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최대 60조 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발표하면서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수주전의 결말

CPSP는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건조 계약만 20조 원, 30년 유지·보수까지 더하면 60조 원에 달해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무기 도입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내 기술로 만든 도산안창호함을 태평양 건너 캐나다까지 보내며 총력전을 폈다. 그러나 카니 총리는 “우수한 두 후보 사이에서 내린 어렵고 아슬아슬한 결정이었다”며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우수한 무기와 가장 적합한 무기의 간극

한국이 내세운 장보고-III급은 3000톤이 넘는 선체에 탄도미사일까지 실을 수 있는, 북한 위협에 맞춘 최적의 비대칭 전력이다. 문제는 캐나다가 원한 것이 타격이 아니라 북극해에서의 은밀한 초계였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캐나다가 대형 무장 플랫폼보다 장기간 감시 능력을 중시했고, 나토 동맹국인 독일과 훈련·정비·부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무기가 아니라 고객 환경에 맞는 무기가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많다.
미검증 잠수함 선택이 남긴 과제

역설적이게도 캐나다가 고른 독일 212CD는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실전 배치되지 않은 모델이다. 캐나다 현지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잠수함의 최대 운영국이 되는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카니 총리는 TKMS와 협상이 결렬되면 차순위인 한화오션과 협상을 개시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본계약 체결이 2028년으로 예정돼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며, 주가 충격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수함 원조국 독일과 성능 면에서 대등하게 겨뤘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번 패배가 K-방산에 남긴 숙제는 분명하다. 세계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가장 강한 무기’가 아니라 ‘가장 맞는 무기’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