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폭락장에 조용히 웃는 업종" 반도체 다음 타자로 지목된 한국의 새로운 무기

“폭락장에 조용히 웃는 업종” 반도체 다음 타자로 지목된 한국의 새로운 무기

반도체가 연일 두들겨 맞는 사이, 조용히 웃는 한국 산업이 있다. 조선업이다. 세계 LNG운반선의 ‘심장’인 화물창 원천기술을 쥔 프랑스 GTT가 28일(현지시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10년(2026~2035년)간 LNG운반선 발주 전망을 기존 450척에서 550척으로 100척 올려 잡았다.

GTT는 멤브레인형 LNG 화물창 기술을 사실상 독점한 기업으로,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LNG선을 지을 때마다 이 회사 기술을 쓰고 로열티를 낸다. 그 GTT가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진다고 공언한 것이니, 발주 물량의 대부분을 쓸어 담아 온 한국 조선소들에는 10년 치 일감 예고편인 셈이다.

미국발 LNG 붐.. 전망 올려 잡은 근거

프랑수아 미셸 GTT 최고경영자(CEO)는 전망 상향의 배경으로 미국 중심의 LNG 프로젝트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연간 8400만 톤 규모의 신규 LNG 액화설비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700만 톤 규모가 추가 승인됐고, 이 투자가 순차적으로 운반선 발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정학적 혼란도 신규 수요를 꺾지 못했다며 시장의 견조한 성장을 강조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GTT는 상반기에만 LNG운반선 56척을 포함한 65건을 새로 수주해 수주잔량이 272척으로 불었고, 상반기 EBITDA 마진은 68.1%에 달했다.

반도체 다음 타자.. 한국이 웃는 구조

이 전망이 한국에 남다른 이유는 수혜 구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LNG운반선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켜 왔고, 미국의 LNG 수출 확대 정책과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탈피 흐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드라이브를 걸수록, 유럽이 파이프라인을 끊을수록 발주서는 한국 도크로 향하는 구조다.

해운·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상향이 단기 수주 증가를 넘어 2030년대 중반까지 LNG선 시장의 성장이 이어진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피크아웃 공포가 증시를 흔드는 지금, 10년짜리 성장 시간표를 받아든 업종이 등장한 것이다.

다만 전망은 전망이다

물론 550척은 어디까지나 전망치다. LNG 프로젝트는 유가·정책 변수에 따라 지연될 수 있고, 중국 조선소의 추격도 변수다. 그러나 원천기술 독점 기업이 자기 돈줄을 걸고 내놓은 10년 전망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락장의 소음 속에서, 한국의 다음 무기는 바다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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