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은 방공의 상식을 흔들었다. 걸프 산유국들의 최고급 방공망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90% 이상 막아냈지만, 정작 값싼 드론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드론 앞에 무너진 고가 방공망의 현실

문제는 가성비다. 미 공군은 한 발에 100만 달러가 넘는 암람 공대공미사일로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잡는 대신, 70mm 로켓에 레이저 유도장치를 붙인 APKWS를 요격용으로 전환했다.
이 로켓은 2022년 여름 차량 탑재형 ‘뱀파이어’ 시스템으로 우크라이나에 공급됐다. 이후 러시아의 정찰·자폭 드론은 물론 순항미사일까지 격추하며 저가형 방공무기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가 입증한 저가 유도 로켓의 가치

다만 APKWS의 반능동 레이저 유도 방식은 로켓이 명중할 때까지 표적에 레이저를 계속 쏴줘야 해, 여러 드론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개발사인 BAE시스템스는 2025년부터 적외선 탐색기를 결합한 듀얼모드 APKWS를 공개하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쏘고 나면 로켓이 알아서 표적을 쫓아가는 ‘발사 후 망각’ 능력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10년 전 전력화된 비궁의 재발견

흥미로운 대목은 그 기술이 한국에 이미 있다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70mm 유도 로켓 ‘비궁’은 북한 공기부양정 등 고속 상륙세력을 막기 위해 만든 무기로, 처음부터 적외선 영상 유도 방식을 적용해 2016년 전력화됐다.
비궁은 발사 후 망각이 가능해 여러 표적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고, 2024년 미군 해외비교시험(FCT)에서 100% 명중률로 최종 평가를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비궁은 아직 공중 드론을 상대로 한 요격 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대드론용으로 쓰려면 소프트웨어 개량과 근접신관 등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유사한 적외선 유도 로켓을 이제 막 개발하는 만큼, 한 발 앞서 있는 비궁을 서둘러 대드론 무기로 발전시켜야 커지는 저가형 요격 무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하늘이 증명했듯, 드론 전쟁 시대의 승부처는 ‘얼마나 강하게’가 아니라 ‘얼마나 싸게 많이’ 막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