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닥치고 짓자”는 표현까지 쓰며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어린이정원은 좁다, 공원 전체 고민

김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은 좀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오염 정화, 미군과의 협의 같은 크고 작은 문제를 극복해서 집을 짓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배경은 서울의 만성적인 택지 부족이다. 8·13 공급대책에서 나온 서울 신규 부지가 염창동 1000가구 등에 그칠 만큼 도심 대규모 택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용산공원 전체 면적은 약 300만㎡(약 90만 평)로, 이 중 반환된 부지는 약 25.6%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어린이정원(약 30만㎡)에 고밀 개발을 적용하면 1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공원 전체를 개발한다는 뜻이 아니라 적합한 부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미래세대 몫” 들끓는 반대

오 시장은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서울시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용산구 역시 “국가의 상징공간은 한번 잃으면 다시 만들 수 없다”며 강력 반대를 공식화했다. 어린이정원 인근에는 주민들이 세운 근조화환 수백 개가 등장했다.
법의 벽도 높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다른 용도로의 변경·처분을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공원”이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언 이래 20년 가까이 유지된 원칙이다. 국회에 계류된 관련 개정안들에는 입법예고 기간 6500건 넘는 의견이 몰렸고 상당수가 반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담판이 분수령

미군과의 반환 협의, 토양오염 정화라는 현실적 난제도 있다. 오염 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신속 공급’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300만㎡의 일부를 복합 개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어 시각이 엇갈린다.
첫 분수령은 오는 20일 김 장관과 오 시장의 면담이다. 김 장관은 “최대한 협력하겠다”면서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보면 안 된다”고 밝힌 상태여서, 90만 평 녹지의 운명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