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리밸런싱 해야 할 때 안 한 치명적인 대가".. 국민연금 142조 증발한 전말

“리밸런싱 해야 할 때 안 한 치명적인 대가”.. 국민연금 142조 증발한 전말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승장에서 일부를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리밸런싱’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은 결과, 하락장에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석 달 새 약 142조원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실현 손실이 아닌 평가액 기준 추산치지만, 원칙을 지켰다면 상당 부분 수익으로 챙길 수 있었던 돈이라는 점에서 뼈아프다는 평가다.

“기준 지키면 바보”라던 국민연금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금 평가액 1848조7000억원 중 국내 주식은 543조6350억원으로 29.4%를 차지했다. 당초 올해 목표 비중 14.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연기금은 통상 보유 자산이 목표를 초과하면 일부를 팔아 비중을 맞추지만, 국민연금은 증시 충격을 이유로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고, 5월 말에는 아예 목표 비중을 20.8%로 올리고 허용 범위까지 넓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좋은 장을 기준 때문에 포기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산해보니 142조 증발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5월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종가(8476.15)와 당시 국내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지난 7일 종가(6258.77)를 적용해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은 약 401조원, 5월 말보다 약 142조원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일부를 매도했다면 수익 실현과 과열 완충을 동시에 잡고, 하락장에선 그 현금으로 낙폭을 떠받칠 여력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자본시장 연구기관의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처럼 목표 비중을 정해 운용하는 기관은 과열 시 매도를 통해 시장 안정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상반기 리밸런싱 유예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2021년의 데자뷔, 흔들리는 독립성

원칙에 손을 대 손실을 키운 전례도 있다. 2021년 ‘동학개미’ 열풍 속 국민연금이 허용 범위를 넓힌 뒤, 2022년 기금 전체 수익률은 -8.28%를 기록하며 79조6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2025년 공개된 당시 회의록을 보면 김용범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정부 측이 범위 확대를 밀어붙인 반면, 이찬진 현 금융감독원장 등은 원칙 훼손과 신뢰 문제를 들어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반복의 배경으로는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는 의사결정 구조가 지목된다. 국내 증시 활성화가 국정 과제로 부상하고 지방선거를 앞뒀던 시점이라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캐나다 CPPIB처럼 정부와 거리를 둔 독립 기구로 개편하거나, 정부의 요구를 외부에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다만 리밸런싱을 강행했을 경우 증시 급락이 앞당겨졌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 만큼, 142조원 전부를 ‘잃은 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유보도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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