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조 원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독일에 내준 한화오션이 지구 반대편에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대는 중남미 방산 시장의 핵심 거점, 칠레다.
중남미 국방 전문지 인포디펜사에 따르면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매체에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공동 설계, 기술 이전, 조선소 현대화, 인력 양성, 공급망 협력까지 전수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칠레의 미래 잠수함·호위함 프로그램에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것을 전적으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40년 된 잠수함 바꿔야 하는 칠레.. 판이 열렸다

칠레의 사정은 절박하다. 1984년 취역해 40년 넘게 운용 중인 209급 재래식 잠수함 2척(톰슨·심슨)의 교체가 시급하고, 다목적 호위함 발주도 예정돼 있다. 칠레 정부가 추진하는 함정 사업은 2035년까지 설계부터 건조·유지보수까지 자체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주목할 조건이 있다. 이 사업은 완제품 수입을 배제하고 국영 조선소 아스마르(ASMAR) 중심의 기술 이전을 내걸었다. 지난 8일에는 칠레 여야 상원의원 26명이 노후 함정 교체를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한국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현지 조선소와 함께 만들 파트너’를 찾는 조건 자체가 기술 이전형 수출에 강점을 가진 한화오션에 유리한 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과 손잡고 엔지니어 200명 육성.. 물밑 작업의 실체

한화오션은 일찌감치 움직였다. 중남미 최대 방산 전시회 등에서 칠레 맞춤형 중형 잠수함 ‘오션 2000’과 호위함 ‘오션 4500’을 제안했고, 칠레 유일의 조선공학과를 보유한 아우스트랄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현지 엔지니어 200명 이상을 직접 육성하는 산학 협력망도 구축했다. 캐나다전에서 확인된 ‘현지화’ 요구를 이번엔 선제적으로 채워가는 모습이다.
대통령 순방길에 오른 잠수함 세일즈

결정적 무대는 이번 주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이틀간 칠레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데,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30일 산티아고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2023년 체결된 한·칠레 방산협력협정을 토대로 차세대 함정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입찰도 시작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아프게 배운 교훈을 남미에서 정공법으로 풀어내는 이 행보가 결실을 맺는다면, K-잠수함의 첫 수출 무대는 대서양이 아닌 태평양 건너 남미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