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마니아는 더 이상 구식 소련제 무기로는 러시아의 드론과 첨단 위협에 맞설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국방 산업 현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2022년 이후 러시아 드론이 영공을 침범하면서, 루마니아는 ‘한발 늦은 위기’를 절감했고 결국 한국과 9억2천만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생산 공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NATO 흑해 방어선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었다.
기술 이전, 단순 조립이 아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단지 자주포를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이 루마니아 땅에 뿌리 내리는 것, 그 자체가 진짜 뉴스다.
루마니아 용접공이 차체를 만들고 기술자가 사격제어 시스템을 설치하며, 현지서 K10 재보급 차량까지 직접 조립하게 된다. 단순 조립이 아닌 진정한 기술 이전이다. 계약금의 80%가 루마니아 내 가치로 환류되며,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도 뒤따른다.
NATO 물류 허브로 급부상

페트리스티는 부쿠레슈티에서 50km, 그리고 흑해 최대 항구인 콘스탄차에서 200km 떨어진 전략적 위치다. 이곳에 들어서는 K9 생산 공장은 단순한 제조기지를 넘어서 NATO 전초기지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 선박으로 도착한 부품들이 수시간 내에 철도를 타고 공장으로 들어가며, 완성된 자주포는 그대로 전선으로 향한다. 발트해를 우회하는 새로운 군수물류의 중심축이 되는 셈이다.
유럽 제조업체보다 빠르고 깊게 박힌 한국

한국은 K9을 연간 240대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반면, 유럽 최대 업체조차 연 30대 생산 규모에 그친다. 한국의 K9 공급 속도는 유럽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며, 기술 이전 범위 역시 훨씬 광범위하다.
독일·프랑스가 30~40% 수준의 현지 생산에 그치는 와중에, 한국은 80%를 루마니아에 남긴다. 실제로 리투아니아는 독일로부터 7년에 걸쳐 21대 자주포만 수령했다는 점은 루마니아가 왜 한국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해준다.
K9의 기술력, 단순한 자주포가 아니다

K9은 155mm 52구경 장포신으로, 최대 60km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한 전장 게임체인저다. 공격 후 곧바로 위치를 이탈하는 ‘슛앤스쿠트(shoot and scoot)’ 기능과 장갑 방호력, K10과의 연계된 자동 재보급 능력은 러시아 위협에 전방에서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K10은 100발을 자동적재해 40분 안에 K9을 풀 장전시킨다. 이 재보급 속도가 전선을 지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 된다.
산업 주권을 얻은 루마니아

루마니아는 단순한 무기 구매국 지위를 벗어나 국방 생산국이자 NATO 공급망의 새로운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더 이상 독일·프랑스가 납품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산업 주권은 평시 빈말이지만, 전시에는 생존의 기준이 된다. 각국은 K9이 가리키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의 기준선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루마니아가 먼저 선택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