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한국형 자폭드론이 첫 해상 전투실험에서 두 차례 연속 발사 직후 바다에 추락했다. 대당 수억원짜리 첨단 무인기가 정상 비행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체계개발 완료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K2 전차 조기 인도로 기세를 올린 K방산의 이면에서, 드론 분야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드러난 장면이다.
발사 1~2초 만에 기수 들리며 추락

26일 군에 따르면 해군은 전날 ADD와 함께 부산 남방 해상에서 자폭드론 전투실험을 실시했다. 1만4500t급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비행갑판의 발사대에서 드론을 쏘아 올린 뒤 2㎞ 밖에서 고속 기동하는 무인표적정을 탐지·추적해 타격하고, 후속기가 파괴 여부를 확인하는 전투피해평가(BDA)까지 검증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첫 드론은 발사 직후 표적을 향해 기수를 돌리는 순간 앞머리가 들리더니 1~2초 만에 균형을 잃고 바다로 떨어졌다. 약 2시간 뒤 기체와 발사대를 재조립해 진행한 2차 시도도 발사 3~4초 만에 같은 기수 들림 현상으로 추락했다. 검증하려던 항목은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다. 실험 직전 ADD 관계자가 이스라엘 하롭 이상의 성능이라고 자신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샤헤드 닮은 외형, 가격은 딴판

이 드론은 ADD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해 2024년부터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으로 개발해 온 ‘K루카스’의 기본형이다. 외형은 이란의 샤헤드와 흡사하다. 그러나 사전 입력된 좌표만 따라가는 샤헤드와 달리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표적을 직접 식별하고 비행 중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 타격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수천만원대인 샤헤드와 달리 국산 자폭드론은 대당 수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대량 투입을 전제로 한 ‘저가·소모성 무기’라는 자폭드론의 본래 성격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DD 측은 향후 필요한 기술만 적용하고 부품을 국산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험은 끝이 아니다 vs 마지막 관문 실패

해군과 ADD는 이번 실패만으로 기술 확보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육상에서 30여 소티의 시험을 거쳤고, 전투실험 자체가 개발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ADD 관계자는 해상 환경에서 기체와 발사대의 정렬 불량을 유력한 원인으로 의심하면서 원인을 규명한 뒤 재시험하겠다고 밝혔다. 곽광섭 해군작전사령관은 “오늘의 실험은 끝이 아니다”라며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이 9월 체계개발 완료를 앞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었다는 점은 부담이다. 두 번의 추락이 단순한 정렬 문제였는지, 해상 운용 설계 자체의 허점인지에 따라 K루카스의 전력화 시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