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 초소의 기관총에 실탄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도 반년 가까이 이어졌고, 우리 군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는 그 사실을 몰랐다.
30일 군에 따르면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은 올해 상반기부터 최전방 소초(GP)와 일반전초(GOP) 경계근무 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고, 실탄이 든 탄통만 총기 옆에 비치하도록 지침을 변경해 운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즉각 대응 핵심 화기가 ‘빈 총’으로

두 화기는 최전방 경계의 핵심 전력이다. K6는 12.7㎜ 탄을 분당 600발가량 발사하는 우리 군 최대 구경 중기관총으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경고사격에 쓰인다. K4는 40㎜ 유탄을 초당 6발씩 퍼부어 병력은 물론 차량까지 제압할 수 있는 무기다. GOP는 통상 소초마다 두 화기를 한 정씩 짝지어 배치한다.
전방부대에서 실탄 삽탄이 원칙인 이유는 단순하다. 상황이 터진 뒤 탄통을 열고 탄띠를 거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원칙을 군단장 재량으로 바꾼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K6 오발 사고가 반복돼 온 점을 감안할 때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변경 사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합참도 몰랐다.. 보고 체계의 구멍

더 큰 문제는 보고 체계다. 합참은 이 같은 지침 변경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군단은 자동 전파체계를 통해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변경 사실을 알렸지만, 지작사 역시 합참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경계작전의 원칙이 바뀐 사실을 작전 총괄 기구가 반년 가까이 몰랐다는 뜻이다.
합참 관계자는 전방지역 화기 운용은 실탄 삽탄이 원칙이라며, 예외적으로 운용하는 부대에 대해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 군단 전수 점검.. ‘셀프 조사’ 지적도

논란이 커지자 군 당국은 30일부터 지작사 주관으로 1군단을 시작해 예하 전 군단의 경계작전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지작사 예하에는 수도·1·2·3·5군단과 7기동군단 등 6개 군단이 있다. 군단장 재량으로 지침을 바꾼 사례가 또 있는지, 공용화기 운용과 병력 운용은 제대로 이뤄지는지가 점검 대상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적과 맞닿은 GP의 핵심 화기에서 실탄을 빼놓은 것은 전투준비태세를 흔든 사안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다만 보고 책임 선상에 있는 지작사가 조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셀프 점검’ 지적도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