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락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물량을 쏟아내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지금의 투매를 말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이미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와 추가 급락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진단에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23% 내린 5593.56에 마감했다. 장중 5976.82까지 5% 넘게 뛰며 6000선 탈환을 노렸지만 오후 들어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던진 쪽은 개인이었다. 이날 개인은 1조4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이를 받아냈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터진 지난 28~29일을 포함하면 개인 순매도는 5조 원대에 달한다.
“금융위기 때보다 싸다”.. 숫자가 말하는 것

증권가가 주목하는 것은 밸류에이션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8배 수준까지 내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낮아졌다. 한 증권사 리서치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가 25% 수준인데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에 그친다며, 밸류에이션에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근거는 실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고, 중국 반도체의 추격에도 기술 격차는 여전하며, 빅테크의 설비투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 침체가 재연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로 본 ‘최대 낙폭 구간’

한 증권사는 통계적 근거도 제시했다. 대형주는 상장폐지 위험이 사실상 없고 유동성이 풍부해 충격이 와도 가격 왜곡이 상대적으로 작은데, 직전 고점 대비 최대낙폭(MDD)이 45~50% 구간에 진입했을 때 10개 종목 중 6개꼴로 주가가 올랐고 평균 수익률도 다른 낙폭 구간보다 높았다는 집계다.
레버리지 ETF발 매도 압력이 곧 잦아든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속도라면 청산 압력이 의미 있게 완화되는 시점은 3~4주 뒤인데, 금융당국의 예탁금 상향 등 조치가 그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렸던 자금이 코스닥과 중소형주로 분산되면 시장 전반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싸다는 게 반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사실이 곧 반등 시점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지난 이틀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조차 폭락을 피하지 못했듯, 지금은 실적보다 수급과 심리가 지배하는 장세다.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확인되는 법이고, 전세 잔금이나 입주 자금처럼 시한이 정해진 돈이라면 사정은 또 다르다.
한 전문가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이라며 공포에 휩쓸린 대응을 경계했다. 파는 쪽과 받는 쪽의 판단이 정면으로 엇갈린 하루, 그 답은 결국 각자의 사정과 시간이 말해줄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