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만 24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조원, 많게는 6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면 세금은 얼마나 낼까.
30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상반기 법인세는 삼성전자 3조9876억원, SK하이닉스 7조2207억원으로 합쳐 11조2083억원이다. 500조 벌어서 11조라면 적은 것 아니냐 싶지만, 이 숫자엔 함정이 있다.
지금 낸 세금은 ‘작년 성적표’

법인세는 버는 즉시 내는 세금이 아니다. 12월 결산 법인은 이듬해 3월에 전년도 이익을 확정해 신고·납부하고, 8월에 그해 상반기 이익을 가결산해 절반쯤 미리 낸다. 즉 상반기에 낸 11조원은 대부분 지난해 이익에 대한 청구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에 세액공제를 6조5000억원 넘게 받아 실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올해 폭증한 이익은 8월 중간예납과 내년 3월 확정 신고에 반영된다. 2018년 초호황 이익이 2019년 역대 최대 법인세(15조6387억원)로 나타난 것과 같은 구조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146조7000억원, SK하이닉스 9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3배이니, 진짜 청구서는 내년에 온다.
500조를 세율에 넣어보면

두 회사처럼 이익이 큰 기업은 사실상 최고 구간(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세율이 통째로 적용된다. 이 세율은 세법 개정으로 올해 사업연도부터 24%에서 25%로 올랐고 지방소득세 10%가 붙는다. 연간 영업이익 500조~600조원에 실효세율 20%를 단순 적용하면 100조~120조원, 성과급에 붙는 소득세까지 더하면 180조원 안팎의 세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 이유다. 지난해 국세 수입 전체가 373조9000억원이었으니 두 회사가 절반 가까이 떠받치는 그림이다.

다만 이 계산은 세액공제를 빼기 전 숫자다. 반도체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시설투자의 20%, 연구개발비의 30~40%를 세액공제받는다. 삼성전자는 용인 360조원, SK하이닉스는 122조원 투자를 예고한 상태라 공제액만 수조원 단위로 불어난다. 실제 납부액이 100조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세금은 늘지만 논쟁도 커진다

그럼에도 연간 법인세 기록이 올해 깨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1분기 두 회사 영업이익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며 법인세수 증가를 예상했다.

동시에 ‘두 회사에 세수를 기대는 나라’라는 구조적 위험과, 세액공제 규모가 과도하다는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이익이 꺾이면 세수도 함께 꺾이고, 감면 혜택이 투자로 이어지느냐를 두고도 시각이 갈린다. 500조라는 이익 전망도 증권가 컨센서스일 뿐 메모리 가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지만, 내년 3월 두 회사가 내놓을 세금 고지서가 나라 살림의 향방을 가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