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의 저출생을 인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한국을 끌어냈다.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전쟁이 없는 한국의 출산율이 더 낮다는 논리인데, 정작 그가 인용한 한국 수치는 3년 전 것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총회에서 “현재 우리의 출산율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출산율을 국가 안보 문제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있는 지역(극동)과 비교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한국 출산율은 0.7로 러시아의 절반 정도고, 일본은 러시아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그 수준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최소한 전국적으로 극동 지역과 같은 출산율을 달성하고, 극동은 그보다 더 높은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탓 아니라는 논리에 한국이 동원됐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꺼낸 맥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인구 감소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군사적 충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일본이나 한국은 군사적 충돌이 없는데도 출산율이 낮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3명대로 현대 러시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할린·추코트카 등 극동 지역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으로 인한 젊은 남성 사망과 해외 이주가 인구 구조에 미친 영향은 러시아 정부가 관련 통계 공개를 줄이면서 외부에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푸틴이 말한 0.7은 3년 전 숫자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24년 0.75명, 지난해 0.80명으로 2년 연속 올랐다. 그가 인용한 ‘0.7’은 최저점 시절 수치인 셈이다. 물론 0.80명 역시 세계 최저 수준이고, 러시아와 비교해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큰 그림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4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한국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에서 ‘이보다는 낫다’는 비교 대상으로 소환된 것은 불편한 장면이지만, 국내에서는 2년 연속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반등인지를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반등 폭이 워낙 작고 혼인 건수 증가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