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경기 북부 접경지역 상공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나타났다. 군의 감시장비에 포착된 이 드론은 우리 것도, 북한 것도 판단되지 않는 ‘미확인 비행체’였다.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마을 이장들에게는 대피 문자가 발송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 시간 뒤 확인된 정체는 뜻밖이었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 중이던 미군 무인기였다.
“실제 상황입니다” 오후 2시 30분의 대피 문자

민통선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이장들에게 ‘철원 지역에 무인기가 식별돼 긴급히 인근 대피호 또는 통제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문자가 발송됐다. 구체적 설명 없이 실제 상황이라는 안내만 붙었다. 민통 초소에서는 출입 주민들에게 철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가 이후 상황 종료가 통보됐고, 실제 대피까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이 해당 무인기를 미측 자산으로 확인한 것은 오후 3시 30분께였다. 합참 관계자는 GOP 이남 경기 북부 지역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식별돼 작전수행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조치가 이뤄졌고, 확인 결과 훈련 중인 미측 무인기였다고 밝혔다. 격추나 경고사격은 없었다.
자칫 아군 자산을 격추할 뻔

아찔한 대목은 여기다. 우리 군은 처음 식별 단계에서 이 드론이 아군 것인지 북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북한 무인기 침투 대응 절차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 자산을 우리 군이 격추할 뻔했다는 얘기가 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문제의 기체는 1인칭 시점(FPV) 드론으로, 경계를 맡은 육군 1군단이 감시장비로 포착했다. 남방한계선 이남에서 식별됐으며 비무장지대(DMZ)까지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전 통보는 있었나.. 엇갈리는 설명

혼선의 원인을 두고는 설명이 엇갈린다. 합참 초기 조사에서 이 드론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에 투입된 미측 자산으로 파악됐다. 주한미군도 해당 드론이 미군 자산임을 확인하며 미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 1사단 간 연합훈련 중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고, 경위를 파악해 한국 측과 공조하겠다고 했다.
미측은 1군단에 사전 통지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에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승인받는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 동선과 투입 전력이 전방 부대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거나, 드론이 계획된 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당국은 항적과 내부 소통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대피 문자 한 통이 곧 생존의 문제다. 동맹군의 훈련 정보 하나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벌어진 이날의 소동은, 한미 간 정보 공유 체계에 남은 빈틈을 드러낸 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