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방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폴란드군비청 사이에 진행 중인 K2 전차 3차 실행계약(EC3)의 세부 청사진이 최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공개됐다. 이번에 드러난 물량은 총 210대로, 이 가운데 120대는 창원공장에서 만들어 폴란드로 보내고 나머지 90대는 폴란드 현지 방산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구조다.
연내 계약이 체결되면 납품과 이행 기간은 2026년부터 2034년까지로 잡힌다. 단순히 완성차를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국이 생산 라인의 절반 가까이를 직접 떠안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210대 계약안의 윤곽

이번 3차 계약의 핵심은 물량 자체보다 생산 방식에 있다. 210대 중 90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조립하기로 하면서, 폴란드는 자국 영토 안에 사실상 두 번째 K2 생산기지를 갖추게 된다. 2차 계약까지 포함하면 폴란드에 인도될 K2 계열 전차는 총 570대에 이를 전망이다.
2022년 시작된 1차 계약 물량 180대는 현재까지 지연 없이 순조롭게 인도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25년 8월 체결된 2차 계약은 6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원 규모로 K2GF 116대와 K2PL 64대, 구난전차 등 지원 차량이 포함됐다.
현지화로 넓어진 기술 이전 범위

3차 물량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현지화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폴란드군이 실전에서 K2GF를 운용한 경험을 반영해 폴란드산 전장관리체계(BMS)와 PCO사의 조종수용 카메라, WZE사의 관성항법장치 같은 현지 장비가 새 전차에 탑재된다.
정비 역량 역시 폴란드로 넘어간다. 무장과 통신, 포탑 구동 등 11개 분야 99개 구성품에 대한 정비 기술이 이전돼 폴란드는 나토 4단계 수준의 독자 정비 체계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자국 안보 자산의 핵심 기술을 수출 상대국에 상당 부분 넘기는 셈이어서, 기술 유출 우려와 시장 확대 효과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뢰로 쌓아 올린 계약 이력

현대로템이 대규모 현지 이전까지 감수하며 3차 계약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1·2차 계약에서 쌓은 신뢰가 자리한다. 1차 계약 물량이 지연 없이 인도되고 있다는 점, 2차 계약도 폴란드 부마르 공장에서 조립이 본격화되며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추가 발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방산 부문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를 넘어섰고,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고수익성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반영되면서 이익률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조정 국면 접어든 주가 흐름
정작 주가는 계약 기대감만큼 뜨겁지 않다. 9일 한국거래소 기준 현대로템 주가는 16만9100원으로, 올해 세운 52주 최고가 28만2000원과 비교하면 상당폭 낮아진 상태다.
지난달 중동 정전 소식이 전해지며 방산주 전반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3차 계약이 실제 체결되면 2034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매출 기반이 확정되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실적 반영 시점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은 변수와 과제

3차 계약이 아직 최종 서명 전 단계라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폴란드 정부의 예산 편성과 의회 절차, 현지 생산 파트너사와의 세부 조율이 마무리돼야 계약이 확정된다.
방위사업청이 이달 1일부터 정비용 수리부속 수출허가 면제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등 절차 간소화에 나선 점은 후속 계약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3차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이라크 등 다른 국가로의 K2 수출 협상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