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가 부품 공급 중단으로 무력화됐을 때, 터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동맹국이라도 무기 부품 공급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주권은 결국 자립에서 나온다’는 인식을 터키 전역에 박아놓았다.
2004년, 터키는 110억 달러 규모의 모든 외국 무기 계약을 일괄 취소하면서 군사 독립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완제품 대신, 설계도를 원한 터키

터키는 단순히 무기를 사는 나라에서, 무기를 만드는 나라로 도약하고자 했다. 미국과 독일은 핵심 기술과 부품 이전을 완강히 거부한 반면, 한국은 기술 이전은 물론 노하우까지 공유할 의지를 보였다.
2004년 삼성테크윈과의 K9 자주포 기술 이전 계약이 그 첫 단추였다. 이후 현대 로템과 K2 흑표 전차 기술도전으로, 터키는 세계적 수준의 알타이 전차를 공동 개발하게 된다.
독일 제재로 생산 중단

알타이 전차 생산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8년, 독일이 MTU 엔진과 자동 변속기 수출을 막으면서 생산이 통째로 멈췄던 것. 그러나 터키는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21년 두산의 DV27 엔진과 SNT 다이내믹스 자동 변속기가 도입되며 부활의 불씨가 살아났다. 한국 기술진은 직접 터키에 가서 현지 엔지니어들과 함께 엔진을 알타이 차체에 맞춰 통합했다. 2022년과 2023년엔 내구성 테스트도 완료됐다. 한국 파워팩 없었다면 알타이는 고철이 됐을지도 모른다.
국방 자립률 70% 돌파

기술을 손에 넣은 터키는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방산 자급률은 20% 아래에서 70% 이상으로 뛰었고, 국방 수출액은 1억 9,600만 달러에서 71억 5,000만 달러로 폭증했다.
불과 20년 만에 터키는 세계 11대 방산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자주포부터 드론까지, 이제 터키산 무기는 170개국 이상에서 운용되고 있다.
‘K-방산’ 기술 이전 모델, 세계를 바꾸고 있다

터키의 성공은 K-방산 기술 이전 모델의 결정판이다. 단순 수출이 아닌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통째로 제공하는 한국식 협력이, 종속 대신 자립이라는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이미 폴란드, 페루, 이라크, 모로코 등의 국방 프로젝트에도 같은 모델이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 기술은 이제 ‘믿고 맡기는 협력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