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생맥주에 붙는 세금이 오른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생맥주에 적용해 온 주세 20% 경감을 올해 말로 종료하기로 했다. 생맥주 20L 한 통 기준 세 부담이 약 50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과 보건업계에서는 가당음료에 이른바 ‘설탕 부담금’을 매기자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표적 ‘건강세’ 부과 대상인 담배 가격은 11년째 제자리다. 주요 궐련 한 갑은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뒤 사실상 동결돼 있다.
영국의 5분의 1 수준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 담배는 싼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담배 유행 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담배 한 갑 가격은 4500원(약 3.25달러)으로, 영국(약 17.21달러)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WHO는 물가와 소득이 오르는 동안 담뱃값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 한국 담배가 2014년 이후 실질적으로 더 부담스러워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세금이 적은 것도 아니다. 4500원 한 갑의 70% 이상이 세금이다. 문제는 비율이 아니라 세액과 최종 가격 자체가 10년 넘게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물가에 연동해 세금을 자동 인상하는 장치도 없다.
정부가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

정부도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담배 가격정책 검토가 중장기 방향으로 담겼지만, ‘담뱃값 1만원’ 이야기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현재 담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물가다. 2015년 담뱃값을 80% 올렸을 당시 그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8%포인트 끌어올려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효과도 분명했다. 인상 이듬해 담배 판매량은 2014년보다 23.7% 줄었고, 2024년 판매량도 10년 전보다 약 19% 적었다.
‘정치적 가격’이 된 담뱃값

담뱃값은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손대기 어려운 가격’으로 꼽힌다. 2015년 인상 당시 ‘서민증세’ 역풍이 거셌고, 이후 정부마다 인상론이 불거질 때마다 즉각 진화에 나서는 배경에 이런 학습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가격이 묶인 사이 KT&G는 해외에서 단가를 올리며 성장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결국 담뱃값 4500원은 시장가격이라기보다 ‘정치적 가격’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맥주 세금은 올리면서 담배만 묶어두는 것이 정책적 모순이라는 비판과, 서민 부담과 물가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이 맞서는 가운데, 담뱃값 논쟁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