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준공돼 올해로 44년 된 아파트 한 채가 105억 원에 팔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 13일 105억 원(9층)에 거래됐다.
이 면적은 지난해 12월 128억 원에 거래된 뒤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둔 지난 4월 90억 원까지 밀렸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100억 원대로 올라섰다.
낡은 아파트에 100억을 태우는 이유

답은 아파트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신현대가 속한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지난 2일 압구정 정비사업장 중 처음으로 서울시 재건축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최고 66층, 2381가구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한다. 총공사비만 2조7489억 원 규모로, 조합은 이미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올해 3월 도급계약까지 마쳤다. 지금 사는 낡은 집이 아니라 한강변 초고층 새 아파트의 입주권을 사는 셈이다.
강남 곳곳으로 번지는 신고가 행진

신고가는 압구정만의 일이 아니다.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개포우성2차 159㎡는 지난달 62억 원에 팔려 2년 만에 최고가를 8억5000만 원 갈아치웠고, 서초동 삼풍아파트 130㎡도 42억5000만 원 신고가를 썼다.
송파에서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 아시아선수촌 99㎡가 44억5000만 원, 장미3차 134㎡가 38억 원에 거래되며 나란히 최고가를 경신했다. 모두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세훈 재선이 불붙인 기대감

시장에서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한 것을 변곡점으로 꼽는다. 신속통합기획 등 재건축 드라이브를 걸어온 시정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표류할 위험이 줄었다는 기대가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에게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입지와 희소성이 매수를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다만 이런 흐름은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초고가 거래의 지속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