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한복판 폴란드군의 포병 전력이 한국산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자주포도, 다연장로켓도, 이제는 그 부품 공급망까지 한국 무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폴란드 주력이 된 K9.. 확정 물량만 364문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며 생긴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2년 K9 자주포 도입을 결정했다. 급해서 사갔던 무기는 이제 주력이 됐다. 두 차례 실행계약으로 확정된 K9만 364문이고, 기본계약상 최대 672문까지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수입에 그치지도 않는다. 폴란드군 체계를 입힌 현지화 모델 ‘K9PL’이 올해부터 순차 인도되고 있고, 다연장로켓 천무의 수출형 ‘호마르-K’는 유도탄을 폴란드 현지 합작공장에서 생산하는 단계까지 갔다.
부품 입찰에도 원조가 직접 뛴다

18일 폴란드 바르샤바 제2군수기지에 따르면 K9과 호마르-K의 기자재·핵심 부품 공급 입찰에 4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여기에 원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이 직접 이름을 올렸다.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구도다.
배경은 간단하다. 한국산 무기의 실전 배치가 급증하면서 정비 부품의 안정적 확보가 폴란드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말 납품을 목표로 한 ‘신속 조달’ 절차라는 점이 그 다급함을 보여준다. 무기를 팔면 부품·정비 시장이 따라오는 구조가 유럽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나토의 ‘K9 허브’를 꿈꾸는 그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를 유럽 내 K9의 생산·정비(MRO) 거점으로 키우는 구상을 추진해 왔다.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과 협력해 현지 예비 부품 공급센터를 세우고, 폴란드를 나토 국가들이 쓰는 K9의 생산·군수지원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9은 이미 핀란드·에스토니아·노르웨이 등 나토 회원국 다수가 운용하고 있어, 폴란드가 허브가 되면 유럽 전역의 후속 시장까지 한국 방산의 영향권에 들어온다.
다만 이번 입찰은 아직 수주가 확정된 단계가 아니고, 폴란드 현지 업체들도 자국 물량을 노리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원조의 기술력이 현지의 텃세를 넘어설지가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