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 한 줄 값이 4000원에 다가서자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졌다”며 지갑을 닫는데, 정작 김밥집 사장님들은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1년 전(3623원)보다 5.9% 올랐다. 소비자원이 추적하는 8개 대중 외식 품목 중 상승률 1위다.
사라지는 김밥집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를 보면 올해 1분기 서울 분식전문점은 9448곳으로 1년 새 287곳 줄었다. 2024년 2분기 9989곳을 정점으로 매 분기 감소세다. 전국 단위도 마찬가지다. 국세청 통계 기준 올해 6월 전국 분식점은 4만7863곳으로 1년 전보다 2614곳(5.2%) 감소했다.
프랜차이즈도 버티지 못했다. 1992년 문을 연 1세대 김밥 브랜드 ‘김가네’의 대학로 1호점이 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했고, 매장 수도 2022년 448곳에서 2024년 378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고봉민김밥은 541곳에서 450곳으로 감소했다.
4000원에 숨은 원가의 비밀

김밥이 유독 흔들리는 건 재료 가짓수가 많은 메뉴 구조 탓이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지난 2분기 쌀은 전년 대비 13.2%, 계란은 9.0%, 김은 2.5% 올랐다. 원재료 하나만 뛰어도 원가 전체가 출렁이는데, 사실상 전 품목이 올랐다.
여기에 손말이 공정 특성상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워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진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분석에서 분식점의 5년 생존율은 조사 업종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김밥집 업주는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를 제하면 마진이 얼마 남지 않아 가격을 올리고도 폐업을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손님은 편의점으로

가격이 오르자 수요는 2500~3000원대 편의점 김밥과 1000원대 삼각김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편의점의 신형 삼각김밥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누적 250만개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값을 올리면 손님이 떠나고, 안 올리면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일부 매장은 밥 대신 계란·두부로 속을 채운 6000~8000원대 프리미엄 김밥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자동화 설비나 고급화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영세 점포에는 먼 얘기다. 서민 한 끼의 상징이던 동네 김밥집이 물가의 최전선에서 먼저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