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절차를 공식화했다. 한미 간 협의와는 별도로 국제 비확산 체제가 요구하는 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으로, 실제 약정이 맺어지면 핵무기 비보유국 가운데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IAEA 사무총장 입에서 나온 ‘한국’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개회사에서 “한국이 포괄적안전조치협정 제14조에 따른 약정에 관해 IAEA와 협의를 시작할 의향을 사무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이 이미 관련 신고자료를 제출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안전조치협정, 추가의정서에 따른 의무 이행을 재확인했다며 “같은 투명성의 정신 아래 협의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14조는 핵무기 비보유국이 잠수함 추진용 핵물질을 통상적인 IAEA 사찰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할 때 별도 약정을 맺도록 한 조항이다. 핵물질의 양과 구성, 제외 기간과 조건, 신고 방식 등을 정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논의는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협의와는 별도로 IAEA와 진행하는 절차”라며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 체결을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하자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실무 협의를 해온 만큼 완전히 새로운 논의라기보다 이를 토대로 약정 체결을 공식 논의하자는 제안이라는 취지다. 한국의 비확산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설명하면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논의는 올해 단계적으로 구체화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방한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핵잠수함 문제를 논의했고, 6월에는 제14조 논의가 초기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5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내놓고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전력화 목표를 제시했다.
브라질·호주도 못 넘은 문턱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전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14조에 따라 실제 약정이 체결된 경우는 아직 없고, 한국보다 먼저 핵잠수함 도입에 나선 브라질과 호주도 IAEA와 수년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핵연료 조달과 농축 수준, 군사기밀 보호와 검증 방식을 놓고 한국 역시 상당 기간 협상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채널도 갈 길이 남았다. 양국은 지난 6월 2~3일 서울에서 핵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다루는 첫 안보협의를 열었지만, 워싱턴에서 열릴 2차 협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IAEA 절차 개시가 핵잠수함 계획의 ‘첫 단추’인 것은 분명하지만, 원자로 개발과 건조시설 확보까지 감안하면 진수 목표 시점을 지키는 것 자체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