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삼성·하이닉스도 아니면서 성과급 달라고?" 전 업종 번진 성과급 도미노의 실체

“삼성·하이닉스도 아니면서 성과급 달라고?” 전 업종 번진 성과급 도미노의 실체

삼성전자가 파업 끝에 일부 직원에게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이 한국 산업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합의가 한국 대기업 노조의 임금 협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전국의 노사분쟁에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반도체 울타리를 넘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번 이익을 나누자던 요구가, 이제 AI와 무관한 자동차·조선·통신·인터넷 업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외신의 진단이다.

‘영업이익 N%’.. 업종 불문 요구 릴레이

확산 속도는 가파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최대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최근 사흘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대 15% 배분을 내걸고 창사 이후 첫 파업에 나섰으며, 신세계 15%, 삼성바이오로직스 20% 등 요구는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는 아예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한다.

물론 현대차나 조선업체처럼 자체 실적이 좋은 곳도 있다. 그러나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5억 성과급’이라는 숫자가 업종과 사정이 다른 회사들의 협상 테이블에 일괄 기준처럼 얹히면서, “삼성도 하이닉스도 아닌데 같은 잣대냐”는 시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불황엔 보호받고 호황엔 더 받는다”.. 외신의 경고

블룸버그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를 한국 시장 투자자가 직면한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해고가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성과급까지 이익에 연동되면 노동자가 불황기엔 고용을 보호받고 호황기엔 추가 보상을 받는 일종의 ‘무상 옵션’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청구서도 이미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 차질 손실은 시간당 187억 원으로 추산됐고, 삼성증권은 장기화하는 노사 갈등 등을 이유로 카카오 목표주가를 27%가량 낮췄다.

그러나 뿌리는 따로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 강경 투쟁의 뿌리도 함께 짚었다. 재벌 대기업이 경제를 장악한 채 노동자의 강한 행동 외에는 어떤 의견도 듣지 않았던 데 대한 시민들의 오랜 불만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노조 가입률이 13%에 그치는 한국에서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잔치가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외신들의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초과이익을 주주와 임직원, 협력사에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없다면 고비용 노사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 청구서는 결국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도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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