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주 사이 지수가 10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장세가 펼쳐지자, 시장을 분석하는 쪽이 먼저 무너졌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6700선에서 출발해 28~29일 연이틀 폭락하며 5500선까지 주저앉았다가, 31일 1001.89포인트(17.91%) 급등하며 6595.45로 마감했다. 한 주 등락폭만 1000포인트가 넘는다. 낙폭은 만회했지만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동평균선마저 의미가 없다

문제는 기존 분석 도구가 통째로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수준의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기술적 분석의 기본인 이동평균선조차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며, 단기 예측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거시 환경이 돌발 이벤트에 따라 시시각각 흔들리다 보니 전망 수정도 반복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망 수정이 지나치게 잦아 고객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애널리스트 역시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논리와 확신이 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의 업무량 폭증을 넘어 분석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밸류에이션 무용론까지.. 스몰캡의 부담

부담이 더 큰 쪽은 코스닥과 중소형주 담당이다. 수급 왜곡과 투매로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이 크게 침체돼 보고서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자료가 많지 않은 스몰캡은 보고서 하나가 주가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데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라 심적으로 불편하다고 했다.
리서치 본연의 기능인 기업가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감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수급 등의 요인으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기업이 태반이라며, 펀더멘털에 기반한 주가 흐름을 되찾으려면 변동성 안정화와 함께 정부 정책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의 문제로 번지다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더 싸늘하다. 온라인에서는 목표주가가 맞은 적이 없다거나 아예 전망을 내놓지 말라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오랜 기간 반복돼 온 목표주가 정확도 논란이 이번 폭락장에서 임계점을 넘은 모습이다.
다만 이번 장세가 예측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점은 분석하는 쪽과 투자하는 쪽 모두가 체감하는 사실이다. 하루 10%씩 오르내리고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터지는 시장에서, 몇 달 뒤 주가를 숫자 하나로 제시하는 관행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