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라는 말만 꺼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북한에서, 부유층의 한국 화장품 사랑이 식기는커녕 자녀 세대로 번지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단속이 강해지자 아예 중국산 용기에 한국산 내용물을 옮겨 담아 들여오는 신종 밀반입 수법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부모가 기어코 구해주는 이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혜산시에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돈주(신흥 부유층)뿐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한국 화장품은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 사용 자체가 경제력과 인맥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한국 화장품 사용 여부가 또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구입 경로와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자기들만의 친목 무리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다 보니, 자녀들은 소외되지 않으려 부모를 조르고 부모들은 가격을 개의치 않고 구해준다는 얘기다.
중국 통에 옮겨 담는 신종 수법

당국이 반입·유통을 철저히 금지하는데도 높은 수요와 이윤 탓에 무역업자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동안 한국산 상표를 떼고 중국산 상표를 붙이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지자, 최근에는 중국산 화장품 용기에 한국산 내용물을 옮겨 담아 중국 제품으로 위장하는 수법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대북 무역업자들이 직접 이 ‘옮겨 담기’ 작업을 하고 있으며, 파운데이션은 규격이 맞는 용기를 찾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단속이 세질수록 수법도 진화하는 쫓고 쫓기는 형국인 셈이다.
가짜가 끼어들 틈은 없을까

다만 내용물만 옮겨 담는 방식은 진짜 한국산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값싼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비싸게 팔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오래 써 온 부유층은 향과 질감, 사용감으로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고, 신뢰로 거래해 온 장사꾼들도 밥줄이 걸려 있어 가짜를 속여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 부유층에게 인기 있는 제품은 설화수와 공진향으로, 한 세트에 500~1000위안(약 10만~20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한국산을 찾는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이 은밀한 거래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