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규모의 개고기 요리 대회를 열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조선요리협회 중앙위원회 주최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평양 대동강변에 새로 들어선 단고기요리전문식당에서 ‘전국 단고기요리경연’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단고기는 개고기의 북한식 이름이다.
사흘간의 챔피언십.. 무엇을 겨뤘나

경연 방식은 진지했다. 지역별 예선을 통과한 단체들과 인민봉사지도국 소속 요리사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단고기국과 각종 요리를 만들어 심사를 받았다. 평양은 물론 평안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북도 요리사들이 지역 특색을 살린 요리를 내놨고, 부위별 조리법을 살린 등심찜과 내장볶음 등이 눈길을 끌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평양단고기집 등 유명 전문점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회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북한은 매년 복날을 전후해 같은 경연을 열어 왔고,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평양 여명거리 요리축전장에서 개최됐다. 개고기 요리만 70가지가 넘는다고 자랑하는 평양단고기집처럼, 전문점들은 경연 상장을 벽면 가득 걸어두고 홍보할 정도다.
한국은 금지 카운트다운, 북한은 전문식당 신축

남쪽과는 정반대 풍경이다. 한국은 2024년 개식용종식법 제정으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7년 2월 7일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개 식용 문화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반면 북한은 지난 3월 대동강 기슭에 연건평 3060㎡, 900평이 넘는 2층 규모의 단고기 전문식당을 새로 준공하고 그곳을 올해 경연 무대로 삼았다. 지난해 경연장이던 화성각도 좌석 1000석이 넘는 평양 화성지구의 랜드마크 식당이다. 한쪽은 금지의 카운트다운을, 다른 쪽은 전용 대형 식당 신축을 이어가는 셈이다.
‘전통’과 ‘단백질’ 사이.. 진심의 배경

북한이 단고기에 진심인 데는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김일성·김정일 일화까지 동원해 민족 전통식 계승을 내세우지만, 소와 돼지가 귀한 북한에서 개는 서민 가정도 큰 부담 없이 기를 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현실적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그 ‘진심’이 모두의 것은 아니라는 전언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름난 단고기집은 가격이 비싸 돈 없는 주민들은 문턱을 넘기 어렵고, 개고기가 평양에 집중되며 지방에서는 오히려 맛보기 힘든 음식이 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챔피언십의 화려한 상차림 뒤편에, 남북의 식탁이 걸어온 서로 다른 길이 겹쳐 보이는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