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26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연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찬성·반대 패널 3명씩이 토론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마이크를 잡은 예비역·학부모·현역 생도 가운데 통합에 찬성한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건물 앞에는 반대 집회와 근조화환이 늘어섰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불참했다.
국방부가 내세운 통합 이유

국방부는 지난 7월 16일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세우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2학년은 공통교육을, 3·4학년부터 각 군 전문교육을 받는 ‘2+2’ 체제다.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합동성 강화·학령인구 감소·전작권 전환 대비가 근거다.

찬성 측 패널들은 입학 성적과 임관률 하락을 지적했다. 한 찬성 측 교수는 10억원짜리 설비를 3곳에 두는 대신 30억원짜리 첨단 설비를 갖추려면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한 예비역 장성은 입학 후 최대 20%가 이탈하고 임관 뒤 약 10%가 조기 전역을 지원하는 현실이 개혁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합동성은 통합과 관계없다”

반대 측은 이런 문제가 현 체제에서도 개선 가능하고,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과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 예비역 해군 대령은 합동군사대학교가 갈등 끝에 각 군 대학 체제로 돌아간 사례를 들어 전문성을 보장하며 합동교육을 병행하는 편이 맞다고 했고,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여러 대안 중 통합이 왜 최선인지 국방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사관생도는 ‘내 일’인데 왜 의견을 못 내는가”라며 현역의 발언권을 문제 삼았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당장 들어가는 비용이 2조3000억원”이라며 자운대 부대 이전 비용까지 감안하면 그 돈을 합동성 훈련에 쓰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생도·학부모·지역까지 “왜 우리가”

현장에는 사관생도들도 나왔다. 한 육사 4학년 생도는 현행 교육이 장교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고, 한 1학년 생도는 시설이 낡았다고 학교를 합쳐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생도 학부모라고 밝힌 한 남성은 효율성이 이유라면 서울의 모든 학교를 서울대로 합쳐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경남 진해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위배 주장도 나왔다.

고성과 욕설이 반복된 공청회였지만 국방부는 물러설 뜻이 없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학령 인구도 하나지만 예비 징집인력과 군 구조 개편, 미래전, 전작권 전환 이런 부분을 다 고려해 통합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며 “생도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10월 세부 계획 발표까지 명분과 반발 사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