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정부가 미국 등에 파병 가능 자산 목록을 공유하며 검토 수위를 높이고, 이란이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이 우크라이나까지 번졌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 속에 결국 파병 방향은 정해졌고 타이밍만 남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기억해둘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을 거론하며 “내가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그들이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했다”며 “기억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호르무즈로 원유의 60%를 들여오면서도 도움을 사양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지난달에만 세 번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한국이 국산 대공미사일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팔아야 한다는 칼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정부 안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호르무즈에서 적극적이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라도 도우라는 게 미국의 요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궁은 못 판다, 그러면 남는 건

천궁-Ⅱ 우크라이나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중동 3개국 계약 물량만으로도 생산이 빠듯하고, 교전국 수출은 방위사업법상 추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 러시아가 반발해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더 굳힐 위험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렇다면 미국의 불만을 풀 카드는 호르무즈 쪽으로 좁혀진다. 정부는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소양함 등을 보내는 방안을 구체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의 자유 통항은 한국 국익과 직결되고, 이란이 주장하는 통행세 같은 요소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파병 쪽 논리다. 보내더라도 방어적 자산이 주라는 점에서 이란의 반발 때문에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 판단으로 읽힌다.
그래도 “정말 어렵다”

걸림돌은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파병 얘기는 정말 어렵다. 진척된 게 없다”며 “군사적으로 예민하다. 고민이 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여당 다수라 해도 반대 여론이 커지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란 고위 관리가 친헤즈볼라 매체를 통해 한국의 호르무즈 개입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점도 부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 호르무즈에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분수령은 8일 열리는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다국적 임무단’ 구상을 주도해왔고 한국도 그 논의에 참여하고 있어, 여기서 파병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