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도 자동차도 수출할 게 없는 북한이 3년 연속 3%대 성장을 기록하며 평양에 명품 매장과 고층 아파트를 세우고 있다. 앞서 달라진 평양 풍경과 돈의 출처가 러시아 파병 대가라는 분석이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엔 이 호황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으며 왜 ‘착시’라는 말이 나오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전·닉스 대신 병력·텅스텐·해킹

북한 호황의 첫 번째 엔진은 러시아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고 군수품을 판 대가로 최소 77억달러에서 최대 144억달러(약 10조7000억~20조원)의 자금과 물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이 40조원 안팎인 나라에 들어온 돈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한 2억8700만달러로, 텅스텐 정광과 가발류가 수출을 이끌었다. 세 번째는 해킹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올 상반기 북한 연계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을 6억4300만달러(약 9000억원)로 추산했다. NK뉴스는 북한이 가상자산 탈취로 현대판 해적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들어온 외화가 평양을 바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성백화점에는 오메가 시계와 샤넬 화장품이 진열됐고 500달러짜리 스마트폰 매장도 생겼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지난해 북한 실질 GDP는 38조2640억원으로 3.5% 늘었고, 한은은 북·러 협력이 경제 전반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베트남 파병 때 한국과 다른 점

같은 ‘파병 특수’라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한국은 베트남전 파병 등으로 확보한 외화를 산업화와 인프라에 투입해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키웠다. 반면 북한은 시장의 자율적 성장을 제약하는 경제 구조가 그대로여서 외부 자금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연구소 측은 북한이 경제 전반이 고르게 성장하는 호황이 아니라 지도부가 중시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원이 몰리는 ‘프로젝트 붐’을 겪고 있다며, 북한 성향상 상황이 좋을 때 미래를 대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 역시 북한이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민간 경제 통제가 여전하다며 지금의 활기를 근본적 변화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전쟁 끝나면 어떻게 되나

결국 평양의 명품 소비와 건설 붐은 북·러 밀착으로 들어온 외화가 평양 일부 특권층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평가다. 러시아 전쟁이 끝나면 병력·군수품 수입은 사라지고, 가상자산 탈취는 제재 강화로 어려워지며, 대중 수출도 광물에 기대고 있어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물론 러시아와의 협력이 노동자 파견 등으로 확장되면 특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 없이는 전쟁 특수에 기댄 호황이 일시적 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