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보스 포럼 이후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드르 스투브의 발언은 유럽이 미국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자립 방어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주장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핀란드가 보유한 혹한기 특수부대와 징병제를 근거로 들며 스스로를 방어할 역량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핀란드의 현재 병력은 고작 2만4천 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대부분은 실전 경험이 없다. 반면 러시아는 132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 전술과 소모전에 익숙해져 있다.
나토 사령탑의 폭로

이런 이상주의적 담론에 쐐기를 박은 이는 바로 나토의 신임 사무총장 마크 뤼테였다. 그는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 없이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 이 한마디는 다보스에서 나온 환상적인 선언들 위에 차가운 현실의 물을 끼얹었다.
뤼테는 나토의 존속을 위해 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략 자산은 물론, 핵 억지력과 해군력 모두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은 이러한 기반 없이 독자적인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유럽의 높은 복지 사회가 방위 비용을 회피하게 만들었다는 뼈아픈 지적도 곁들였다.
유럽의 실패한 안보 자립 환상

유럽 국가들의 안보 자립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징병제가 있다고 해서 실질적인 전투 능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훈련받지 않은 병력은 숫자에 불과하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현대전에서 유럽은 심각한 후발주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드론 전쟁을 실험하고 있고, 이미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반면 유럽 각국은 아직 기초적인 드론 전술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실전 없는 무기는 공허한 위협일 뿐이다. 핀란드의 주장처럼 북극권 전쟁이 미래의 양상이라 해도, 소모전 기반의 현대전에 대한 훈련과 준비가 없다면, 유럽은 전장 한복판에서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부재는 나토의 무력화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리더십은 나토 전체의 구조를 지탱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뤼테 사무총장은 미국이 없다면 나토의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말은 곧 유럽이 앞으로도 미국 없이 독자적인 전략을 펼칠 수 없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러시아는 해군력도 제한적이고 미국과의 대결을 감행할 상황이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을 향한 전술적 공세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에 반해 유럽 국민들은 진보 정부를 위해 목숨 바치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결여된 안보 의식은 전장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유럽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마크 뤼테의 발언은 유럽이 직시해야 할 냉엄한 현실을 드러낸다. 다보스 포럼에서 희망을 논의하던 그들의 모습은 국제 정치의 거친 파고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안보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전략 자산이다.
유럽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나토는 명분만 있는 이름에 불과하다. 한때는 미국의 그림자에 안주했던 유럽이 이제는 그 그림자마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