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외교관들의 신상 정보가 통째로 해커 손에 넘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 서버가 지난해 4~5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개월 가까이 해킹당해, 전현직 외교관과 해외 파견 정부부처 주재관 등 6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 정보는 최대 1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서버는 다름 아닌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본부 건물 안에 있었다. 서울 한복판의 정부 심장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제조사도 몰랐던 구멍.. 10개월간 아무도 몰랐다

침투 경로는 ‘제로데이 취약점’이었다. 보안 소프트웨어 제조사조차 몰랐던 약점과 시스템 보안 설정의 미비점을 파고든 해커는 정상 권한처럼 위장해 서버를 드나들었고, 외교부는 올해 2월 국가정보원이 피해를 통보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이 시스템은 모든 외교관과 해외공관 파견 주재관이 교육을 위해 반드시 써야 했던 곳이다. 현직 외교관 2500여 명과 주재관 350여 명의 이름·직책은 물론, 퇴직자 정보까지 삭제되지 않고 쌓여 있어 피해가 불어났다. 아이디와 이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소속 부서 정보도 저장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식별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던 서버

허탈한 대목은 관리 실태다. 이 서버는 외교부 본부 안에 있으면서도 정기 보안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의 다른 전산망과 분리 운용된 덕에 피해 확산은 막았지만, 10개월간의 무단 침입을 자체적으로 잡아내지 못한 셈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해외 근무자 신상이 대거 유출된 만큼 “파견 인원 교체를 검토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당국은 주재관 신분으로 파견된 정보기관 요원들의 정보가 함께 탈취됐을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북한 소행 가능성.. 아직은 조사 중

정보당국은 전 세계 한국 외교관 정보를 노렸다는 점에서 북한 관련 해킹조직의 소행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제로데이 취약점 악용은 북한 해커들의 전형적 수법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는 과거 대법원 전산망을 해킹해 1014기가바이트 규모의 문서를 빼간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외교부는 “현재까지 공격 주체를 단정할 기술적 근거는 부족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뚫린 것은 서버 하나였지만, 흔들린 것은 대한민국 외교망 전체의 보안 신뢰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