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치권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가운데, 해외 전문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진짜 원인은 ETF가 아니라 AI 열풍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한 ETF 선임 애널리스트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 정치권이 2배 레버리지 ETF를 앞세워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ETF는 수요를 만들지 않는다”.. 반박의 논리

그의 주장은 인과관계를 뒤집는다. 거품이 끼었다가 조정이 온 이유는 AI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 수요를 불러왔기 때문이며, 2배 레버리지 ETF가 그 현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단지 투자자들이 메모리에 베팅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기초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서 레버리지 ETF를 사는 것이지, ETF 자체가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상품을 없앴어도 전 세계가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로 몰려든 흐름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에선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만큼은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이 기초자산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기초 종목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tail waggin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 자체가 거품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국 시장 규모에서는 그 상품이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절충적 진단인 셈이다. 앞서 이코노미스트가 지목했던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정책 실패”.. 책임론은 계속
그가 인용한 국내 비판은 강도가 높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 나라는 카지노처럼 변했다”며 “이런 상품들은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되는 상품이었다. 나는 이를 정책 실패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가 증시를 초단타 투기판으로 만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도박주로 변질시켰다고도 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상품이 폭락을 만들었나, 폭락을 키웠나’로 좁혀진다. 해외 전문가는 전자를 부정하고 후자의 가능성만 인정했고, 정치권은 상품 도입 자체를 문제 삼는다. 이 진단의 차이가 앞으로 나올 제도 개선의 방향과 책임 소재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