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연차 부장급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삼성전자 희망퇴직에 뜻밖의 얼굴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생, 30대 직원들이다.
회사가 권한 게 아니라 ‘먼저 물어봤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서 최근 1990년대생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해 실제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방식이다. 이들은 인사팀의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 먼저 희망퇴직 가능 여부와 조건을 문의한 뒤 퇴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희망퇴직을 상시 운영해 왔지만, 통상 인사팀이 부장급(CL4) 등 고연차 직원에게 먼저 의사를 타진하는 방식이었다. 젊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손을 드는 흐름은 기존과는 결이 다른 변화인 셈이다.
‘수억원대 보상’이 만든 계산

배경 중 하나로는 상당한 퇴직 보상이 꼽힌다. 희망퇴직금은 연차와 인사고과에 따라 개인별로 다르게 산정되는데, 과거 사원·대리급인 CL2의 경우 성과조건부주식 등을 포함해 약 4억원, 부장급 CL4는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대 입장에서는 목돈을 쥐고 이직·창업 등 새 진로를 모색할 기회로 계산될 수 있는 조건이다.
갤럭시 만들던 부서의 ‘사상 첫 적자’

젊은 직원들의 이탈은 실적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갤럭시를 앞세워 완제품 사업을 떠받쳐온 MX·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 33조2000억원에 영업손실 7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6과 A시리즈 판매는 견조했지만 메모리 등 부품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TV·가전까지 부진하며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부문 전체가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DX부문의 분기 적자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 5월 임금협상으로 반도체(DS)부문에만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되면서 다른 부문 직원들의 박탈감도 커졌고, 노태문 DX부문장이 직접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대규모 이탈로 번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회사는 하반기 폴더블 신작 등 고부가 제품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어, MX의 실적 회복 여부가 젊은 직원들의 ‘엑소더스’ 확산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