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고령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십 년 전 낮은 가격에 집을 사 눌러앉은 1주택 고령층은 자산 가치는 올랐지만 현금 흐름이 부족해, 늘어난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집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개편안에는 65세 이상 1주택자가 수도권 집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2027년 최대 50%(5억원 한도), 2028년 30%(3억원 한도) 깎아주는 특례가 담겼다. 다만 5년 안에 수도권으로 돌아오면 감면액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지방 가서 살라”는 신호?

이 특례가 고령층에게는 ‘보유세를 못 내겠으면 지방으로 가라’는 신호로 읽히며 반발을 키우고 있다. 고령층에게 집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평생의 친구·가족·문화시설, 무엇보다 다니던 병원과 연결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을 때 빠른 처치가 가능한지는 목숨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지방 의료 대책 없이 이주만 유도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성토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귀향했다가 적응에 실패해 수도권으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세무학과 교수는 고령 1주택자에 대한 공제 축소가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며 위헌 논란까지 제기했다.
술렁이는 강남 현장

실제 시장 분위기는 ‘관망’이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개편 전부터 집주인들의 걱정이 많았다며, 3억원대에 입주해 40년 가까이 산 노인들이 앞으로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포의 한 재건축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일정 시점 안에 팔지 못하면 양도세가 수억원대에서 수십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어 처분 시기를 고민하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나온다.
반면 세 부담이 곧바로 급매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령 집주인 상당수가 고소득 자녀의 지원을 받거나, 파는 대신 증여·상속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실제 부담은 1.3배 수준”

정부는 ‘세금 폭탄’ 프레임에 선을 긋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가 최대 5.5배 뛴다는 보도에 대해, 재산세를 포함한 실제 보유세 증가는 최대 1.3배 수준이며 실거주 1주택자는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고령자 특례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외 설계가 어떻게 다듬어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