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유수 언론들이 한국 증시를 향해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한국 AI 기업들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한때 세계 경제의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졌던 한국 주식시장이 규제당국과 투자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는 “도박장으로 변모했다”고 보도했다.
“신뢰가 무너졌다”.. 로이터가 본 코스피

로이터는 이 변동성이 도쿄에서 뉴욕까지 전 세계 거래소에서 감지되며,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피해를 준 것을 넘어 한국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 자체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레드먼 CLSA 수석연구원은 이 매체에 “한국 시장과 투자자 간의 장기적 신뢰 관계가 무너졌고, 지금 가격을 움직이는 주원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 아래로 떨어질 만큼 실적과 무관하게 급락했고, 개인들의 반대매매가 낙폭을 다시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졌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WSJ은 ‘오징어 게임’.. 줄잇는 외신 경고

경고는 한 곳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스피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기업,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지난달 고점 대비 각각 40%, 34% 하락했다며 단기간 급팽창한 레버리지 상품을 변동성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 레버리지 과열을 경고했고, 야후파이낸스와 CNBC 등을 통해서도 한국 증시가 ‘거대한 카지노’로 변했다는 평가가 전해졌다.
이 상품은 지난 5월 출시 한 달여 만에 전체 ETF 거래대금의 25%를 차지할 만큼 자금을 빨아들였고, 이후 반도체 급락과 맞물려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역대급으로 발동되는 롤러코스터 장세의 진앙으로 지목돼 왔다.
‘뒷북 대책’ 비판과 남은 불씨

금융당국은 예탁금 현금 3000만 원 상향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블룸버그는 이 조치가 “변동성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며 사실상 뒷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증시 부양을 공약해 온 이재명 정부에 이번 혼란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락을 레버리지 ETF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외국인 매도도 한국 이탈이 아닌 지수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도박장이라는 오명을 벗을지, 경고가 현실이 될지는 결국 시장 안정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안팎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