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자니아가 지난 7월 본격 시행에 들어간 장기 국가 발전 계획 ‘탄자니아 개발 비전 2050(TDV 2050)’의 핵심 축에 한국 열차가 자리 잡았다. 현지 매체 탄자니아 타임스는 1일 현대로템이 공급한 전동차와 전기기관차가 국가 철도 현대화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본과 일본 원조가 앞다퉈 진출해온 아프리카 철도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핵심 파트너로 올라선 셈이다.
시속 40㎞에서 160㎞로

현대로템은 2021년 7월 탄자니아철도공사(TRC)로부터 전동차 10편성 80량과 전기기관차 17량 등 약 3354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탄자니아가 약 70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총 1219㎞의 표준궤 철도(SGR)를 놓는 초대형 사업의 차량 부문이다. 열차는 다르에스살람과 마쿠토포라를 잇는 546㎞ 구간에 우선 투입됐다.

식민지 시대에 놓인 기존 협궤 노선은 열차 속도가 시속 30~40㎞에 머물렀다. 현대로템 열차는 최고 시속 160㎞로 설계됐고, 소음·진동을 줄이는 한편 휠체어석과 수유 공간 등 편의시설을 갖춰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탄자니아에서 디젤이 아닌 전기 열차가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프리카 물류 허브의 발판

전동차는 2024년 인도가 시작돼 4개 편성이 현지 시험을 마치고 상업 운행에 들어갔고, 전기기관차도 지난해 현지 시험 운행을 거쳤다. 탄자니아는 이 철도를 다르에스살람 항만과 내륙, 나아가 르완다·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 내륙국까지 잇는 국제 물류망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농산물과 금·리튬·흑연 같은 광물을 항만까지 실어 나르는 비용을 낮추고 관광객 이동도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탄자니아 경제가 6%대 초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프라 투자가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전기기관차 운전 교육용 시뮬레이터도 함께 공급해 현지 인력 양성에도 관여하고 있다.
‘텃밭’에서의 다음 승부

다만 아프리카 철도가 온전히 한국 무대가 된 것은 아니다. 같은 SGR 사업에서 화물차 1430량은 중국 CRRC가 공급하고 있고, 선로 시공은 튀르키예 업체가 맡았다. 현대로템 열차는 그중 여객·전기 견인이라는 핵심 부문을 차지한 것이다.
남은 3개 구간 건설과 추가 차량 발주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현대로템은 후속 입찰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규모 인프라 사업 특성상 탄자니아 정부의 재원 조달과 공정 지연은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첫 전기 열차’의 성과가 아프리카 추가 수주로 이어질지는 이 관문을 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