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산 4사가 미국 디펜스뉴스의 ‘2026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2년 연속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표정은 갈렸다. 한화·LIG D&A·현대로템이 순위를 끌어올린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만 62위에서 74위로 12계단 미끄러졌다.
다 오르는데 혼자 내려간 이유

디펜스뉴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순위는 2025년 방산 매출 기준이다. 한화는 방산 매출 104억3764만 달러(약 14조3000억원)로 22위에서 16위로 뛰었고, 현대로템은 24억6410만 달러로 67위에서 61위, LIG D&A는 30억2923만 달러로 53위에서 52위로 올랐다. 1년 새 한화는 53%, 현대로템은 42%, LIG D&A는 20% 매출이 늘었다.

KAI는 18억6262만 달러(약 2조5500억원)로 전년보다 3.9% 줄었다. 감소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같은 기간 세계 방산업체 다수가 매출을 크게 불렸다. 제자리만 지켜도 밀리는 판에 매출이 뒷걸음질치자 순위 하락 폭이 두 자릿수로 커진 것이다.
계약 지연과 환율

업계에서는 지난해 KAI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폴란드 FA-50 후속 수출 계약 지연과 원화 약세에 따른 원가 부담을 꼽는다. FA-50은 국산화 비율이 높지 않아 환율이 오르면 수입 부품 원가가 커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화의 K9·천무, 현대로템의 K2가 유럽 대형 계약을 잇달아 매출로 바꾸는 사이 KAI는 그런 효자 사업이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KAI의 2분기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1% 줄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소형무장헬기(LAH) 엔진 부품 결함으로 지난 5월 비행이 중단되면서 2분기 납품이 대거 밀린 데다 고환율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KAI와 록히드마틴이 약 10조원 규모 미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입찰을 철회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반등 카드는 KF-21

반론도 있다. KAI의 2분기 매출은 1조1679억원으로 41% 늘었고 상반기 누적 매출도 48% 증가하는 등 외형 자체는 커지고 있다. 완제기 수출 매출도 폴란드·말레이시아·필리핀 FA-50 사업 진행률이 오르며 60% 가까이 늘었다. 이익률이 문제이지 일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반기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국내 납품이 시작돼 양산 매출이 본격 반영된다. KF-21 수출과 FA-50 추가 계약이 언제 성사되느냐가 내년 순위표에서 KAI가 다시 올라설지를 가를 관건이다.
